[톡톡일본] 난민에 인색한 '인권 중시' 국가

입력 2021-04-25 09:09  

[톡톡일본] 난민에 인색한 '인권 중시' 국가
난민 3번 이상 신청하면 '송환보류' 대상서 제외 추진
UNHCR·앰네스티 등 우려…구금 외국인 사망 이어져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정부가 체류 허가 기간을 넘긴 외국인을 구금해 관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강제 퇴거 처분을 받은 외국인이 송환을 거부하면 출입국재류관리청(입관)의 시설에 수용하는데 갇혀 있던 외국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이어지면서 문제가 부각되는 양상이다.
예를 들면 2019년 6월 나가사키(長崎)의 입관 시설에서 장기 수용에 항의해 단식 투쟁을 하던 나이지리아인이 사망해 국제 사회에 충격을 줬다.
작년 10월에는 나고야(名古屋)시 소재 시설에 수용돼 있던 인도네시아 국적 40대 남성이 의식 불명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유학생 자격으로 일본에 왔다 체류 기간을 넘겨 작년에 구금된 스리랑카 여성이 지난달 숨지는 사건도 있었다.



일본 언론은 이 여성이 사망하기 이틀 전에 진찰했던 의사가 가석방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보고했다고 보도하는 등 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인권 문제가 부각하자 일본 정부는 외국인 장기 수용자를 줄이겠다며 '출입국관리 및 난민 인정법 및 일본국과의 평화조약을 토대로 일본 국적을 이탈한 자 등의 출입국관리에 관한 특례법'(이하 출입국관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올해 2월 19일 제출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국회가 심의 중이다.
이 법안에는 난민 조약 요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출신국에서 박해받을 우려가 있는 인물을 '보완적 보호 대상자'로 인정하는 제도를 신설하는 구상이 담겼다.
아울러 체류 기간을 넘겨 입관 시설에 구금된 외국인을 일시적으로 풀어주는 '감리(監理·감독과 관리)조치'를 신설했다.
장기 수용자를 줄이는 틀을 마련했지만, 난민 심사 관련 독소 조항이 포함되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
난민 신청자는 송환하지 않도록 한 기존 규정을 수정해 세 번 이상 난민 신청한 경우는 상당한 이유가 없는 경우 송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송환을 걱정하지 않고 난민을 신청할 기회를 두 차례로 제한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송환을 피하고자 난민 신청이 악용하는 이들을 걸러내기 위한 장치라는 입장이다.



인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일본변호사연합회는 3차례 이상 난민을 신청한 이들을 출신국으로 돌려보내도록 하는 제도가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많은 이들이 여러 차례 신청한 후에야 비로소 난민으로 인정되거나 인권 배려 등의 이유로 재류 자격을 얻는 것이 현실이라며 "잘못해서 난민을 본국으로 송환하고 생명·신체 등의 위험에 처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펠리페 곤살레스 모랄레스 유엔 이주자 인권 특별보고관 등의 명의로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개정안이 이주자 인권 보호의 몇 가지 측면에서 국제 인권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논평했다.



또 "감리조치는 과도하게 제한적이며 사회적·경제적 지위에 따른 차별이 될 것으로 우려스럽다. 보증금을 내야하고 친족이나 지원자 중에서 감리인을 선택하라는 조건을 충족하는 것은 이주자나 망명 신청자 대부분에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UNHCR은 "행정관료인 주임 심사관이 이주와 관련한 수용 명령을 내릴 권한을 가지게 된다"며 구금에 앞서 사법 심사 절차가 없는 점을 지적하고서 "'출입국 관리를 이유로 한 구금을 포함해 모든 구금은 어떤 형태이건 재판관 혹은 그 밖의 사법 당국에 의해 지시 및 승인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주자와 연대하는 전국 네트워크' 등 일본 시민단체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10만 명이 넘는 이들의 서명을 받아 법무성에 제출했으며 인권단체 앰네스티도 법안에 우려를 표명했다.



일본 정부가 어떤 대응을 할지 주목된다.
법률 개정안 마련을 주도한 출입국재류관리청이 일본 측의 사전 설명을 듣지 않고 성명을 공표했다며 UNHCR 측에 반발했다는 것에 비춰보면 일본 정부가 비판을 온전히 수용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가와카미 요코(上川陽子) 일본 법상(법무부 장관에 해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세 번째 난민 심사를 신청한 이들을 원칙적으로 송환 중단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에 관해 세 번째 신청한 이들은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심사가 충분히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법안 변경이 없다면 일본에서 난민이 되는 것은 변함없이 매우 어려운 일이 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외교에서 유난히 인권을 강조한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후 미국과 일본이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신장웨이우얼(新疆維吾爾·신강위구르) 자치구나 홍콩 정세에 관해 중국에 인권 우려를 전달했다고 설명하기도 하는 등 인권 옹호 국가의 이미지를 수시로 부각하고 있다.
하지만 난민 수용은 소극적이다.
UNHCR의 2019년 보고서를 보면 그간 세계 187개 국가·지역에서 난민으로 인정된 이들은 2천22만1천181명이다.



이 가운데 일본이 인정한 난민은 1천465명이었다.
일본은 난민 수에서 조사 대상이 된 국가·지역 중 106위였고, 주요 7개국(G7) 증 가장 적었다.
일본이 난민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과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으니 유럽 지역 국가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한국(3천215명)과 견주어도 절반에 못 미쳤다.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의 발표를 보면 작년에 일본에서 난민을 신청한 이들은 3천936명이었다.
이 가운데 47명이 난민 인정을 받았다.
난민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으나 인도적 배려를 이유로 일본 체류를 허락받은 이들은 44명이었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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