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직후 스톡옵션 행사 및 매각 계획 제시 여부 의혹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외주 제조업체인 이머전트 바이오솔루션스의 최고경영자(CEO)가 백신 생산 사고가 드러나기 전 1천만 달러(약 111억원) 규모의 주식을 팔아치웠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머전트 바이오솔루션스는 존슨앤드존슨(J&J) 제약 부문 자회사 얀센의 백신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주문받아 생산해왔다. 이 기업은 미국 연방정부 의뢰로 백신을 생산해오기도 했다.
이머전트 바이오솔루션스의 로버트 G. 크레이머 CEO는 지난 1월과 2월 여러 차례 스톡옵션을 행사해 주식을 저가에 매입하고 4배 이상의 시장가로 팔았다.
주식 매입 비용을 제외하고 크레이머는 세전으로 760만 달러(약 84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크레이머는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 상당 부분 남았는데도 일찌감치 권리를 행사하고 주식을 팔았다.
그런데 크레이머가 주식을 판 뒤인 2월 19일 이머전트 바이오솔루션의 주가는 12% 정도 하락했다. 시장에서 1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진 데 따른 것이었다.
올해 크레이머의 주식 판매는 지난해 11월 제시한 계획에 따라 이뤄졌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밀 정보를 토대로 주식을 거래했다는 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사전에 매각 계획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말 뉴욕타임스는 이머전트 바이오솔루션스의 볼티모어 공장에서 코로나19 백신이 대규모로 오염돼 폐기됐다고 보도했다.
얀센과 AZ 백신 성분이 혼합되는 등의 사고가 발생해 1천500만회분이 폐기됐다.
백신이 폐기된 시점은 지난해 10월과 11월이다.
사고 소식이 불거진 후 미국 정부는 AZ에 이 공장에서 백신 생산을 중단하고 다른 곳으로 생산 시설을 옮기라고 지시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이머전트 바이오솔루션스의 주가는 급락했다.
이와 관련해 이머전트 바이어솔루션의 대변인은 크레이머가 코로나19 백신의 생산 문제를 주식 매각 계획 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WP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크레이머와 다른 이사진들은 2016년에도 정부의 탄저병 백신 주문 규모에 대해 오해를 일으킨 뒤 가격이 상승한 주식을 팔아 투자자들에게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예상보다 탄저병 백신 주문량이 적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당시 이머전트 바이오솔루션스가 투자자들에게 650만 달러(72억원)를 지급하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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