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변감과 함께 변 모양이 가늘고 혈변 동반하면 대장암 의심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 직장인 장모(47)씨는 두 달 전부터 아침에 대변을 본 뒤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변을 보고 싶은 기분이 자꾸 들어 하루에도 여러 차례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다. 막상 화장실에 가면 변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잦아지자 장씨는 병원을 찾았고,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직장암을 진단받았다.
이처럼 대변을 본 뒤에도 잔변감을 반복적으로 느껴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장실을 다시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배변 후 잔변감은 다양한 대장질환의 징후일 수 있으므로 평상시 배변 습관이 변하지는 않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소화 장기인 대장의 끝부분인 직장에서 항문 쪽으로 대변이 내려왔을 때, 직장과 항문관 쪽 감각신경에서 이를 인지해 뇌에 전달하게 되면 사람은 변을 보고 싶은 느낌이 들게 된다.
그런데 직장이나 항문의 감각신경이 대변이 아닌 다른 것에 압박될 때도 변을 보고 싶어 할 수 있다. 이런 기분을 보통 화장실에 다녀온 후에도 개운치 않고 다시 화장실에 가고 싶어하는 잔변감으로 느낀다.
잔변감을 유발하는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과민성장증후군과 치핵이다.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경우 배에 가스가 차서 더부룩한 복부 팽만이나 변비와 설사로 인한 직장 및 항문의 감각신경 자극으로 발생하는 잔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배변과 관련된 복통이 존재하며 배변 회수가 하루 3회를 초과하거나 설사가 반복되는 경우, 반대로 배변 횟수가 일주일에 3회 미만이거나 딱딱하고 덩어리진 대변을 보는 경우, 그리고 설사와 변비가 교대로 발생하는 경우에도 과민성장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흔히 치질로 불리는 치핵이 항문 부위의 감각 신경을 자극해도 배변 시 잔변감을 느끼기 쉽다.
치핵은 항문 안쪽에 있는 혈관 덩어리로, 배변 시 항문이 늘어날 때와 변이 지나갈 때 완충 역할을 하는 일종의 쿠션 조직이다.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등의 이유로 혈관이 부풀어 오른 상태가 지속하면 치핵이 항문 안 또는 밖으로 튀어나오는데, 이 상태를 치핵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잔변감은 과민성장증후군, 치핵으로 발생하지만 일부 환자 중에서는 대장암의 징후이기도 하다. 직장이나 하부 결장에 암이 생기면 장이 좁아져 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어 대변을 본 뒤에도 잔변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최창환 교수는 "잔변감을 느끼는 이유는 과민성장증후군이나 치핵 등이 가장 흔한 원인"이라면서도 "일부는 직장암과 같은 심각한 대장질환일 수 있으므로 배변 습관이 크게 달라졌다고 느껴지면 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변비가 지속해 변 보기가 힘들거나 배변 후 잔변감이 들 때, 변이 예전보다 가늘어졌거나 혈변이나 점액변이 나타나면 대장암일 위험이 있다"며 "복통이나 복부팽만, 소화불량, 체중 및 근력 감소, 피로감, 식욕부진 등이 동반된다면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과 같은 염증성 장질환을 앓거나 항문과 직장 부위에 염증이 생겼을 때, 섬유질이나 수분 섭취가 충분치 않아 변이 직장에서 배출되지 못하는 분변 매복의 경우에도 잔변감이 나타날 수 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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