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부델리섬에 선박사고로 정착…1989년부터 나홀로 지킴이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지중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중 하나로 꼽히는 이탈리아 부델리섬의 관리인이 정착 30여 년 만에 섬을 떠나게 됐다.
이탈리아의 '로빈슨 크루소'로 불리던 이 관리인은 이 섬의 유일한 주민으로 살면서 생태와 환경을 보호하는 일을 도맡아왔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부델리섬을 1989년부터 관리해온 마우로 모란디(81)씨가 '라 마달레나'해상 국립공원 측의 끈질긴 요구에 못 이겨 부델리섬을 나와 인근 섬으로 이주하기로 했다.
탐험가였던 모란디는 1989년 자신의 소형 보트로 남태평양 여행을 시도하다가 선박 고장으로 부델리섬에 발을 들였고, 섬 관리인이 곧 은퇴한다는 얘기를 듣고 항해를 포기한 뒤 이 섬에 정착했다.
사르데냐섬 북단 해안가에 위치한 1.6㎢ 크기의 부델리섬은 핑크빛 백사장으로 유명한 천혜의 명소다. 이탈리아 영화의 거장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가 1964년에 만든 '붉은 사막'의 촬영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모란디는 지난 32년간 늘 이 섬의 해변과 길을 청소하고 여행자들에게는 섬의 새와 나무 등 생태환경을 알려주던 지킴이였다.
그러나 소유권 다툼 끝에 2016년 이 섬을 인수한 라 마달레나 해상국립공원 측은 섬을 생태·환경교육의 장으로 만들기로 하고, 모란디의 자택에 구조변경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불응 시 섬에서 나가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모란디는 "그들을 상대로 싸우기를 포기했다. 32년이나 살았는데 슬프다"고 했다.
그는 인근의 큰 섬에 있는 소형 아파트로 거처를 옮겨 여생을 보낼 계획이다.
최근 모란디가 섬을 떠나게 될 것으로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부델리섬을 지금처럼 깨끗하게 유지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그가 섬에 계속 머무를 수 있게 돕자는 청원 운동이 일기도 했다.
카멜리아 만가노라는 네티즌은 페이스북에서 "할 말이 없다. 지상낙원의 파괴가 이제 곧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고, 다른 네티즌은 "모란디가 없는 부델리섬을 상상할 수 없다. 저항해야 한다"고 적었다.
yongl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