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만 해도 '코로나19 정복' 섣부른 낙관…두 달간 폭증
대규모 모임·낮은 접종률·변이 '퍼펙트 스톰'
WHO "복합적 요인 작용…변이가 유일한 원인 아냐"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올해 2월까지만 해도 인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은 희망적이었다.
지난해 9월 10만명에 육박했던 일일 신규 확진자가 5개월간 꾸준히 감소해 1만명 밑까지 내려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현재까지 약 두 달간 확진자가 폭증하며 인도는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의 새로운 진앙이 됐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집계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에는 무려 36만2천902명이 확진돼 역대 최다 기록을 또 경신했다.
인도가 이처럼 '코로나 지옥'이 된 데는 대규모 모임, 전파력 강한 변이 바이러스, 낮은 백신 접종률이 함께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세계보건기구(WHO)의 타릭 야사레비치 대변인은 인도 상황은 이 세 요인이 어우러진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이라고 규정했다.
인도의 코로나19 확산세는 정부와 주민의 방역 태세가 느슨해지면서 본격적으로 다시 격화했다.
2월에 정부는 방역보다 경제 재개에 집중하며 규제를 완화했다. 당시 하르시 바르단 보건·가족복지부 장관은 "인도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성공적으로 잡혔다"고 선언까지 했다.
이런 와중에 힌두교 축제 '쿰브 멜라'(Kumbh Mela)와 지방선거 유세 등 대형 행사를 강행했고 참석자 대다수가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은 결과 감염자가 속출했다.
라마난 락스미나라얀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당시 인도 대중은 자국이 이미 코로나19를 정복했다고 인식했다"고 분석했다.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과 확산 역시 사태를 악화시켰다.
현재 북부 펀자브주(州)에선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최대 70% 더 강하다고 알려진 영국발 변이(B.1.1.7)가 우세종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마하라슈트라주에선 '이중 변이'(B.1.617)가 우세종이 됐다고 WP는 네이처를 인용해 전했다. 이중 변이는 변이 바이러스 두 종류를 함께 보유한 바이러스다.
최근에는 여기에 변이가 하나 더 추가된 '삼중 변이'까지 인도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
낮은 백신 접종률도 확산세 격화에 한몫했다.
전 세계 백신의 60%를 생산하며 '세계의 백신 공장'으로도 불리는 인도는 정작 자국민 접종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의 '백신 추적기'에 따르면 인도에서 백신을 최소 1차례 맞은 이는 전 국민의 8.8%에 그친다. 2차 접종까지 받은 비율은 1.7%다.
특히 교통시설이 열악한 지역이 많아 백신 배포가 지연되고, 국가통계가 부실해 접종 대상자 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앞으로도 신속한 접종이 어려운 상황이다.
야사레비치 WHO 대변인은 집에서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코로나19 환자들이 대거 병원을 찾아 인도 보건 체계의 부담을 키우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처럼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변이 바이러스를 현재 인도 상황의 유일한 원인으로 단정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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