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예술 기부로 사회 환원 새 기록…상속세는 12조원 이상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28일 발표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의 사회공헌 내용은 기업이 쌓은 부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이 회장의 뜻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이 회장 일가는 국보급 문화재와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들이 포함돼 큰 관심을 모은 일명 '이건희 컬렉션' 2만3천여점을 국립 기관 등에 기증한다고 밝혔다.
기증 미술품에는 국보 제216호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등 진귀한 작품들이 포함됐다. 미술계에서는 컬렉션 기증 규모가 감정가 기준으로 2조원 상당으로 평가하며, 최대 10조원에 달한다는 추정도 있다.
이 회장은 2004년 리움미술관 개관식 당시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더라도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라고 밝힌 바 있다.
이건희 컬렉션의 해외 유출 우려도 제기됐으나, 이 회장의 유족은 이러한 이 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예술품을 국민과 함께 향유하기 위해 기증하기로 일찍이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유족은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과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지원을 위한 의료 공헌에 1조원을 내놨다.
이 회장은 1987년 취임 당시 "사회가 기대하는 이상으로 봉사·헌신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삼성이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성장하는 내내 이 회장은 수시로 사회와의 상생 철학을 역설하며 여러 사회공헌 사업을 펼쳤다.
한국의 의료·병원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와 관심에 따라 1994년 삼성서울병원이 설립됐고, 리움미술관도 문화 유산을 보존해야 한다는 고인의 뜻에서 출발했다.
이 회장이 부모 없이 길거리를 떠도는 아이들을 목격하고 어려운 어린이를 돕겠다고 나서 1989년 천마어린이집이 개원했고, 2000년 서울대의대 암연구소에 300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외에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삼성호암상 등 삼성이 전개하는 학문 지원 사업도 모두 이 회장의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재계에서는 생전에 이처럼 사회 환원 철학이 각별했던 이 회장이 사후에도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며 사회에 유산을 남기고 떠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이 생전 언론 인터뷰에서 "죽어서 입고 가는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힌 대로 자신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면서 만들어진 부를 사회에 돌아가게 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의 유족이 내는 상속세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유족은 이 회장이 남긴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등 전체 재산의 절반이 넘는 12조원 이상을 상속세로 납부한다.
유족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이자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삼성을 통해 밝혔다. 삼성에 따르면 이번 상속세와 의료 공헌 1조원, 미술품 기증 등을 모두 합쳐 환산하면 이 회장 전 재산의 60%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회장이 남기고 떠난 유산은 후계자인 이재용 부회장이 그리는 '뉴 삼성'의 토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삼성 안팎에서 나온다.
이 부회장 역시 이 회장의 뜻을 계승해 사회 상생·공헌을 경영 전반에서 강조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일가의 이날 발표는 단순히 재산 상속을 넘어 인류와 사회에 더 크게 기여하겠다는 다짐과 약속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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