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2억여마리 달해…초등생 개물림 사고 등 문제 심각
'목줄 의무화' 법률 5월부터 시행…광견병 백신 접종도 해야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몇 년 전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의 한인 최대 거주지인 왕징(望京)에서 초등학생인 교민 자녀가 동네 개에 크게 물려 수술까지 받은 적 있다.
최근에도 왕징 내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다 보면 목줄을 풀린 채 돌아다니는 반려견들이 적지 않다.
어른들에게는 위협적이지 않지만 유아들에게는 큰 공포감을 줄 수 있다. 실제로 단지 내 공원에서 목줄 풀린 개들이 유아들에게 다가가 짖어대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사례는 베이징만이 아니다. 상하이(上海) 등 1선 도시뿐만 아니라 농촌에서 생활 수준 향상으로 반려견이 급속히 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질병통제센터의 2012년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반려견 숫자는 1억2천만 마리로 현재는 2억 마리가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 인구의 무려 4배가 넘는 반려견이 중국 대륙에서 길러지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동네마다 반려견이 넘쳐나다 보니 사고도 끊이질 않는다.
지난 22일 충칭(重慶)시에서는 8살 초등학교 2학년 남학생이 등굣길에 개 3마리에 물려 사망했다.
이 학생은 할아버지와 함께 학교에 가다가 할아버지가 교통카드를 집에 두고 왔다며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갑자기 뛰쳐나온 개 3마리에 전신이 물어뜯겨 숨진 것이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문제의 개들을 그 자리에서 죽인 뒤 견주는 과실치사죄로 구속했다.
최근 광저우(廣州)에서는 여성이 개에 물려 항의를 했더니 오히려 개 주인이 "돈이 필요해서 그런 거지?"라며 그 자리에서 돈을 주며 무마하려한 사실이 전해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에서는 목줄을 매지 않은 애완견을 산책시키던 한 남성이 이를 문제 삼는 젊은 여성을 이 여성의 어린 자녀가 보는 앞에서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애완견 목줄 의무화'를 아예 법제화하는 극단의 조치를 택했다.
5월부터 시행되는 '새 동물방역법'은 개 주인에게 엄격한 반려견 관리를 강제했다.
동물방역법 제30조에 따르면 개를 집 밖으로 데리고 나올 때는 반드시 명찰과 목줄을 착용해야 한다.
또한, 반려견의 정기적인 광견병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다.
중국 당국은 "이는 최근 중국 전역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반려견이 사람을 무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동물 전문가들도 "이번 새 동물방역법은 주변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대로 반려견을 키우는 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리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미 중국 내 여러 지역에서 반려견 규정을 도입해 자체적으로 실시하고는 있다. 하지만 이번 새 동물방역법은 반려견의 외출을 규제한 최초의 중국 법규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
현재 중국 지역별로 자체 시행하는 반려견 규정 또한 다양하다.
항저우시는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 사이에만 반려견을 집 밖에 데리고 나가 산책시킬 수 있도록 했다. 공원, 시장, 학교 등 공공장소에는 출입을 금지했다.
또 반려견을 산책시킬 때 목줄을 매 놓지 않으면 1천 위안(한화 17만 원)의 벌금을 내도록 했다.
윈난(雲南)성 일부에서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반려견의 집 밖 산책을 금지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이를 3번 어길 경우 개를 도살한다고 공고했다가 개 주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는 반려견을 가구당 한 마리로 제한하고 독일 셰퍼드, 세인트버나드 등 덩치가 큰 40개 종은 사육을 금지했다.
앞서 2009년 초에 쓰촨(四川)성 청두(成都)도 가구당 한 마리로 애완견을 제한했고 헤이룽장(黑龍江)성의 하얼빈(哈爾濱)은 키 50㎝, 길이 70㎝ 이상 개는 금지했다.
'반려견 공포'는 지난 2018년 7월 중국의 광견병 백신 업체인 '창춘(長春)창성(長生)바이오테크놀로지'사가 가짜 백신을 만들어 팔던 사실이 적발된 것이 계기가 돼 급속히 확산했다.
광견병은 중국에서 전염병 사망 순위 4위에 달한다. 매년 중국에서 광견병으로 500명 이상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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