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후보 자격 박탈하고 투표함도 개봉하지 않아 갈등 초래
민단정상화위, 임시중앙대회 개최 통해 여 단장 불신임 추진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재일동포 대표 조직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하 민단)이 극심한 내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열린 제55회 민단 중앙대회에서 단장 선거 후보였던 임태수 전 부단장의 자격이 박탈되면서 여건이 단장이 대의원 등 1천600여명의 표가 담긴 투표함의 개봉 없이 재선됐기 때문이다.
민단 지방본부들은 사상 초유의 무(無)개표 당선에 항의하며 '민단중앙정상화위원회'(이하 정상화위)를 결성하고 임시 중앙대회 개최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상화위 대표인 이수원 민단 도쿄본부단장은 28일 도쿄 소재 재일한국YMCA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단 임시 중앙대회 개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출범한 정상화위에는 이날 기준 47개 민단 지방본부 중 35개 지방본부의 단장이 동참했다고 이 대표는 전했다.
민단 규약 제13조에 따르면 임시 중앙대회는 대의원과 중앙위원 등 대회 구성원 과반의 요구가 있으면 의장은 30일 이내 소집해야 한다.
정상화위는 임시 중앙대회에서 무개표로 재선된 여 단장의 불신임을 의결하고 새 단장을 뽑기 위한 선거를 다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상화위에 참여한 오공태 전 민단 단장은 "이번 선거는 진짜 부끄럽다. 너무나 창피하다"며 "민단 정상화를 위해서는 임시 대회를 열고, 새로운 단장을 선출하는 길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단 집행위원회는 정상화위가 추진하는 임시 중앙대회 개최의 타당성을 심의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대회 개최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2018년 이후 3년 만인 이번 민단 단장 선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우편 투표 방식으로 진행됐다.
당초 지난 2월 26일 열린 중앙대회에서 투표함을 개봉해 신임 단장을 선출할 예정이었다. 후보는 여 단장과 임 전 부단장 2명이었다.
그러나 선관위가 임 부단장의 후보 자격을 거론해 개표가 연기됐고, 3월 12일 단장 선출을 위한 중앙대회가 다시 열렸다.
그날 선관위는 임 부단장의 후보 자격 취소를 보고했으나, 중앙대회 임시의장단은 선관위 조치를 무효화하고 개표를 선언했다. 이처럼 선관위와 임시의장단이 대립하는 가운데 또다시 개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선관위는 임 부단장이 과거 범죄 이력을 선거운동 기간에 제대로 소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후보 자격을 상실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약 10명밖에 참석하지 않은 지난 6일 중앙대회에서 임 전 부단장의 후보 자격 박탈과 함께 여 단장의 당선이 선언됐다. 그날 중앙대회는 대회장의 문이 잠긴 가운데 약 10분 만에 끝났다.
다음 날 1천600여 명의 투표는 분쇄기로 파기돼 이제는 개표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민단은 47개 지방본부와 260개 지부, 약 30만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재일동포 대표 조직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매년 약 80억원을 민단에 지원하고 있다.
ho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