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공화에 유화 제스처…대통령 뒤 여성 부통령·여성 하원의장 첫 기록
코로나19로 참석자 제한·띄엄띄엄 착석…내각에서도 국무·국방 정도만 참석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우리는 갈등을 일으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갈등을 막기 위해 인도태평양에서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8일(현지시간) 첫 상·하원 합동연설에 나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문장을 맺기도 전에 뒤에 앉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필두로 민주당 의원들이 기립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기준으로 왼쪽에 앉아있던 공화당 의원들도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함께 바이든 대통령에게 기립박수를 보낸 드문 순간이었다.
양당 간 극심한 정치적 분열 속에서도 강력한 중국 견제에 대해서만큼은 초당적 공감이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표적 장면이었다.
공화당 의원들은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비롯한 성과를 제시하고 2조2천억 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법안과 1조8천억 달러짜리 미국가족계획을 거론할 때는 자리에서 일어나기는커녕 손뼉도 치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이 쉬지 않고 일어나 박수로 지지를 보낼 때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것이다. 간간이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착석한 채로 박수를 치기도 했지만 적극적 화답이라기보다 마지못한 호응에 가까워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러한 분위기를 감안한 듯 공화당과의 단합을 강조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하며 유화적 제스처를 취했다. 공화당의 반대에도 통과된 1조9천억 달러 규모 경기부양법에 대해서도 민주당과 공화당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된 것처럼 표현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를 콕 집어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부통령 시절 뇌암으로 세상을 떠난 장남 보의 이름을 따 암 연구 법안의 이름을 짓도록 해준 데 대해 "내게 의미가 컸다"고 말한 것이다. 예정된 원고엔 없는 내용이었다.
총기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는 "대립하고 싶지 않다"며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지난해 2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민주당과의 대립이 정점에 달했던 것과 대비되는 풍경이기도 했다.
작년엔 트럼프가 연단에 오르며 펠로시의 악수 요청을 외면했고 국정연설이 끝나자 펠로시는 보란 듯 국정연설문을 찢어버렸다. 극단으로 치닫는 대립의 단면을 보여준 셈이다.
사실상 국정연설이나 다름없는 이번 상·하원 합동연설에서는 대통령 뒤에 처음으로 둘 다 여성이 앉는 기록이 세워지기도 했다.
대통령 뒤에는 부통령과 하원의장이 앉는다. 미국의 첫 여성 부통령인 해리스가 펠로시 의장 옆자리에 앉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연설에서 이 부분을 거론했다. 그는 여성에 대한 경칭 '마담'(Madam)을 붙여 하원의장과 부통령을 연달아 호칭하고는 "어떤 대통령도 연단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 그리고 그럴 때도 됐다"고 했다.
코로나19 탓에 연설 장소인 하원 본회의장에는 200명으로 제한된 참석 의원들이 거리두기를 하고 띄엄띄엄 앉은 모습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아내 질 여사와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도 여러 자리를 건너 떨어져 앉았다.
비상사태를 대비한 '지정생존자' 1명을 제외하고 장관 모두가 참석하던 전례와 달리 이날 연설장에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정도만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입장하면서 의원들과 팔꿈치 인사를 나눴다. 65분간의 연설을 마치고는 단상에서 내려가 의원들과 담소하기도 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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