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외교관들 앓은 두통·청각장애 등 '아바나 증후군'
원인 오리무중…외국의 전자파 공격 의심하는 시각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과거 쿠바, 중국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들이 겪은 괴질환 증상이 미국 본토에 있는 관리들에게서도 나타나 정부가 조사에 나섰다.
일각에선 이 괴질이 의도적인 전자파 에너지 공격의 결과라고 추정한다.
29일(현지시간) CNN방송은 미 국방부 등 정부기관이 국내 당국자에게 괴질 증상이 나타난 사례 최소 2건을 조사 중이라고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중 한 건은 지난해 11월 백악관 남쪽 공원 지대인 일립스 인근에서 국가안보회의(NSC) 당국자가 갑자기 증상을 앓은 일이다.
다른 한 건은 2019년 워싱턴DC 근처인 버지니아주 교외 지역에서 개 산책을 하던 백악관 직원에게 나타났다.
당시 이를 보도한 남성잡지 GQ에 따르면 이 직원은 한 차량과 그 차량에서 나온 남성을 지나친 직후 증상을 경험했다.
GQ는 "산책하던 개가 우선 자리에 멈춰 섰고, 이후 그 직원에게도 증상이 나타났다"면서 "음이 높은 소리가 귀에 울렸고, 머리가 극심하게 아팠으며 얼굴 옆쪽이 저렸다"라고 전했다.
이 두 직원은 수년 전 쿠바, 중국 등 외국 주재 미국 당국자들이 잇따라 앓은 괴질환과 비슷한 증상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쿠바의 미국 대사관 직원 일부는 두통과 어지럼증, 기억 상실 등 증상을 호소했다. 이들은 한밤중 거주지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은 경험이 있다고도 보고했다.
이후 2018년 중국에서 일한 대사관 직원과 가족 일부도 같은 증상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이한 증상은 쿠바 수도 아바나의 이름을 따 '아바나 증후군'이라고 불리게 됐다.
미 정부는 괴질환의 원인을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발표하거나 추정하지 않았다. 다만 미 국립과학원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극초단파 공격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다수 피해자도 자신이 외세의 공격을 받았다고 믿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국내 당국자들이 증상을 겪은 일이 외국 주재 직원들의 사례와 연관됐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소식통들은 CNN에 전했다.
백악관은 현재 사안을 조사 중이라며 증상의 원인 등 구체적인 사항을 언급하지 않았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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