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바이러스 발생·확산 땐 백신 접종자도 보호 못 받아
'세계의 백신 공장' 인도, 자국 위기로 코백스에 공급 못해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인도가 세계 최대의 신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지로 떠오르면서 전 세계의 공중보건을 위협하고 있다고 CNN 방송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건 전문가들은 위협이 크게 두 갈래라고 지적한다.
하나는 변이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생과 확산 위험성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더 많이 전파되면 될수록 변이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변이 중에는 기존 코로나바이러스와 비교해 전염성이 더 강하고 치명률이 높은 변종이 나올 수 있다.
특히 현재 개발된 백신의 효력을 무력화하는 변이의 출현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미국·영국·이스라엘 등 대규모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그늘을 벗어나 정상화하려는 나라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았더라도 그 효력을 회피하는 신종 변이가 나타나면 백신의 보호 효과는 사라진다고 CNN은 지적했다.
브라운대 공중보건대학원의 아시시 자 학장은 "우리가 인도를 돕지 않으면 전 세계에 걸쳐 (신규) 환자의 폭발적 증가가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자 학장은 "이기적인 이유로 모든 나라는 통제 불능이 된 대규모 발병 사태를 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등 세계 각국이 앞다퉈 인도 지원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미국에서는 지난 28일 밤에 응급 지원물품과 장비를 실은 항공편 2대가 인도를 향해 출발했다. 이 항공기에는 의료용 산소통과 신속 진단 키트, 의료진을 위한 N95 마스크 등이 실렸다.
백악관 관계자는 산소 발생장치와 산소 압축기 등 추가 지원 장비를 실은 항공편들도 며칠 내에 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국과 이탈리아, 독일 등도 인도에 의료 장비를 추가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러시아도 인도에 의약품과 산소호흡기, 모니터 등을 실은 항공편을 보냈다.
인도의 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당장 코로나19로 앓는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 외에도 국민들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핵심적 처방으로 여겨진다고 CNN은 지적했다.
인도는 세계 전역에 백신을 공급하는 최대 '글로벌 백신 공장'이지만 자국 내 공급 물량은 충분치 않은 실정이다.
또 백신이 충분히 확보된다 해도 앞으로 5∼6개월 내에 인도의 모든 성인에게 백신을 접종하려면 매일 하루 1천만회분씩 맞혀야 한다.
보건 전문가들은 인도가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해 백신 물량이 적고 의료보건 체계가 취약한 이웃 국가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면 전 세계가 인도에서 본 풍경을 재연하게 될 위험을 각오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파력이 더 강한 신종 변이가 장악할 경우 특히 더 그렇다는 것이다.
또 다른 위협은 좀 더 즉각적인 문제다. 인도는 저소득 국가에 싼값 혹은 무료로 코로나19 백신을 전달하는 코백스(COVAX) 프로그램에 백신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인도는 코백스에 백신 2억회분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자국의 사태가 급속히 악화하자 국민들에게 백신을 맞히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코백스를 통해 백신을 받기로 돼 있던 나라들에 대한 백신 공급이 지연되는 셈이다.
조지메이슨대학의 수석연구원 슈루티 라자고팔란은 "글로벌 지도자들이 이런 지연이 세계에 미치는 악영향에 관한 시나리오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브라질 같은 나라들이 몇 달씩 더 백신을 맞지 못한 채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sisyphe@yna.co.kr
"모든 미국인은 떠나라"…코로나 창궐에 인도 엑소더스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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