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터넷 공룡 또 '군기잡기'…금융 영향 축소·인수 제약(종합)

입력 2021-04-30 18:06  

中 인터넷 공룡 또 '군기잡기'…금융 영향 축소·인수 제약(종합)
앤트그룹 이어 대출 억제·지주사 전환 등 요구…업계 전체 금융규제 확대
시장감독총국, 인수 문제삼아 텐센트 등 기업들에 반독점 벌금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의 당국 정면 비판 후 인터넷 업계 규제를 대폭 강화한 중국 정부가 텐센트를 비롯한 '인터넷 공룡' 기업들을 또 대거 불러모아 금융 사업 자제를 요구했다.
30일 관영 신화통신에 등 따르면 인민은행,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등 4개 금융감독 기관은 전날 '웨탄'(約談·예약 면담) 형식으로 금융 유관 사업을 벌이는 13개 인터넷 기업의 대표나 실질적인 통제인을 불렀다.
중국에서 웨탄은 정부 기관이 감독 대상 기관 관계자들이나 개인을 불러 공개적으로 질타하고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것으로 국가의 통제권이 강한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공개적인 '군기 잡기' 성격을 강하게 띤다.
이날 불려간 기업에는 알리바바와 더불어 중국의 전자결제 시장을 양분하는 텐센트, 업계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京東) 산하의 징둥금융, 틱톡의 중국 지역 서비스인 더우인(?音)을 기반으로 전자상거래로 사업을 확대한 바이트댄스(중국명 쯔제탸오둥<字節跳動>), 최대 호출차량 서비스 업체인 디디추싱(滴滴出行) 산하 디디금융, 최대 온라인 여행사 트립닷컴(중국명 셰청<携程>) 산하의 셰청금융 등이 포함됐다.
판궁성(潘功勝) 인민은행 부행장이 주재한 면담에서 당국은 불려온 인터넷 기업들이 보편적으로 금융 관련 영업 허가를 아예 받지 않거나, 영업 허가를 받았더라도 허가 범위를 넘어 영업하고 있다면서 이를 엄정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 당국은 구체적으로 ▲ 지급결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 지급결제 서비스와 대출 등 다른 금융 상품 간의 연결을 차단할 것 ▲ 요건 해당 기업은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할 것 ▲ 인터넷 대출 및 보험 업무를 신중히 전개할 것 ▲ 엄격히 허가를 받고 개인 신용평가 업무를 할 것 등을 요구했다.
당국은 "앞으로 적기에 개선 상황을 검사해 개선이 불충분하거나 규정 위반이 상황이 여전하면 법에 따라 엄격히 조사해 처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융당국의 이런 여러 요구는 중국의 대형 인터넷 업체들의 금융 영향력을 축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중국은 마윈이 실질적 주인인 앤트그룹에 이와 유사한 요구를 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대형 업체 전반으로 금융 규제를 확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수년간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위시한 중국의 '인터넷 공룡'들은 느슨한 규제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익성이 좋은 소액 대출, 보험, 금융투자상품 판매 등 금융 영역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특히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은 빠르게 사세를 키워 세계 최대의 핀테크 계열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작년 10월 마윈이 당국의 핀테크 산업 규제가 퇴행적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한 이후 중국은 '인터넷 공룡'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강력한 규제에 들어갔다.
마윈의 당국 비판 직후 세계 최대 규모가 될 예정이던 앤트그룹 상장은 전격 취소됐다. 이후 그가 세운 알리바바는 반독점, 개인정보 보호 등 명분을 앞세운 당국의 강력한 규제의 '시범 케이스'가 됐다.
마윈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앤트그룹은 현재 당국의 금융지주사 재편 및 대규모 증자 요구로 공중분해 되어 실질적 주인이 바뀔 처지에 놓였다.
중국 안팎에서는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마윈의 대담한 비판 발언을 계기로 그간 민간 영역에서 급성장한 대형 인터넷 기업 경영자들이 체제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인터넷 기업이 다시는 당과 국가의 권위에 도전하지 못하게 질서를 확립하려 한다는 분석이 많이 나온다.
한편 중국 시장감독총국은 이날 오후 텐센트를 비롯한 8개 기업이 반독점법상의 경제력 집중(경영자 집중)에 해당하는 인수합병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각 회사에 50만 위안(약 8천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의 경우 인터넷 자동차 구매 정보 플랫폼인 이처(易車)를 운영하는 비트오토(Bitauto)와 인터넷 자동차 유지보수 플랫폼인 투후양처(途虎養車)를 운영하는 란투(?途)정보 두 회사의 지분을 인수한 것이 문제가 됐다.
텐센트 외에도 디디추싱,온·오프라인 전자제품 양판점 쑤닝(蘇寧) 등도 포함됐다.
시장감독총국은 다만 벌금을 부과받은 기업들의 인수합병이 반독점법상 불법이지만 실질적으로 업계 내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중국 시장감독총국이 인터넷 기업들의 인수합병에 제동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시장감독총국은 작년 12월 알리바바 및 텐센트의 산하 독서 콘텐츠 서비스 회사인 웨원(閱文)이 과거 신고 없이 일부 사업체를 인수·합병(M&A)해 반독점법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각각 50만 위안을 부과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비록 반독점법상의 경제력 집중 조항과 관련한 벌금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중국의 대형 인터넷 기업들이 자유로운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부풀리고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옛 관행에 제동이 걸릴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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