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미중 경쟁에 '줄타기'…"정치지도자들에 도전과제 안겨"
"베트남 권력서열 1ㆍ2위, 중국 국방부장 면담 발언서 고민 흔적"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베트남의 정치지도자들이 중국을 상대하는 데 있어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과 영유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에서 자국의 이익을 수호하면서도 미중 갈등에 연루되는 것을 방지해야 하는 이중의 도전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지도부의 고민은 이번 주초 베트남을 방문한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장관)의 면담 과정에서 엿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30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웨이 부장은 지난 26일 하노이를 방문,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과 권력 서열 2위인 응우옌 쑤언 푹 국가주석을 면담했다.
웨이 부장은 지난 1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진행된 베트남의 권력 개편 이후 베트남을 방문한 중국의 첫 고위급 당국자였다.
베트남 공산당은 지난 1월 31일 중앙위원회를 열고 쫑 서기장을 재선출한 데 이어 지난 4일 국회를 열어 당시 총리를 맡고 있던 푹 주석을 신임 국가주석으로 선출했다.
베트남은 권력 서열 1위인 서기장을 중심으로 국가주석(외교·국방), 총리(행정), 국회의장(입법)이 권력을 분점하는 집단지도체제를 택하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국방부는 웨이 부장의 베트남 지도부 면담에 대해 양측이 군사적 유대를 강화하고 남중국해 분쟁을 관리하기 위해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국방부에 따르면 푹 주석은 웨이 부장에게 "베트남은 양국 간 관계를 훼손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저항하는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결연한 입장이며, 중국에 반대하는 다른 나라들을 추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베트남 언론 매체에는 푹 주석의 이런 발언 내용은 소개되지 않았다.
국영 베트남 뉴스통신(VNA)의 보도에 따르면 쫑 서기장은 웨이 부장에게 "양국은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 협력을 위해 쌍방의 합법적 권리에 대한 존중, 우호에 기반해 평화롭고 협력적인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푹 주석은 양국 간 전략적인 포괄적 협력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적대 세력이 양국관계를 훼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양국 군대의 정치 조직간 협력을 강화하고 양국 간 우호와 전통에 기반한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남아 문제 전문가인 광저우(廣州) 지난(濟南)대의 장밍량(張明亮) 교수는 중국과 베트남 언론의 보도 내용이 상이한 점을 지적하면서 베트남 지도부의 발언에는 지도자들의 고민이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즉 중국을 기분 좋게 만들면서도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대해선 미국의 입장과 가까운 입장을 취한 것이라는 게 장 교수의 지적이다.
싱가포르의I 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리홍립 연구원은 베트남의 지도부 교체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의 외교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베트남은 중국과 안정적이고 평화적인 관계를 원하지만, 남중국해 분쟁을 중국과의 전반적인 관계와 분리해서 다룬다"고 지적했다.
리 연구원은 "남중국해는 베트남에는 주권과 영토적 통합성 이상을 의미하기 때문에 중국을 달래기 위해 핵심 이익을 희생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베트남은 미국과 관계를 심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것이 중국을 자극할 수 있지만, 중국이 분쟁 수역에서 공격적 행위를 계속한다면 다른 선택지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약 90%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베트남, 필리핀, 대만,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주변국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마찰을 빚고 있다.
jj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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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권력서열 1ㆍ2위, 중국 국방부장 면담 발언서 고민 흔적"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베트남의 정치지도자들이 중국을 상대하는 데 있어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과 영유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에서 자국의 이익을 수호하면서도 미중 갈등에 연루되는 것을 방지해야 하는 이중의 도전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지도부의 고민은 이번 주초 베트남을 방문한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장관)의 면담 과정에서 엿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30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웨이 부장은 지난 26일 하노이를 방문,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과 권력 서열 2위인 응우옌 쑤언 푹 국가주석을 면담했다.
웨이 부장은 지난 1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진행된 베트남의 권력 개편 이후 베트남을 방문한 중국의 첫 고위급 당국자였다.
베트남 공산당은 지난 1월 31일 중앙위원회를 열고 쫑 서기장을 재선출한 데 이어 지난 4일 국회를 열어 당시 총리를 맡고 있던 푹 주석을 신임 국가주석으로 선출했다.
베트남은 권력 서열 1위인 서기장을 중심으로 국가주석(외교·국방), 총리(행정), 국회의장(입법)이 권력을 분점하는 집단지도체제를 택하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국방부는 웨이 부장의 베트남 지도부 면담에 대해 양측이 군사적 유대를 강화하고 남중국해 분쟁을 관리하기 위해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국방부에 따르면 푹 주석은 웨이 부장에게 "베트남은 양국 간 관계를 훼손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저항하는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결연한 입장이며, 중국에 반대하는 다른 나라들을 추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베트남 언론 매체에는 푹 주석의 이런 발언 내용은 소개되지 않았다.
국영 베트남 뉴스통신(VNA)의 보도에 따르면 쫑 서기장은 웨이 부장에게 "양국은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 협력을 위해 쌍방의 합법적 권리에 대한 존중, 우호에 기반해 평화롭고 협력적인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푹 주석은 양국 간 전략적인 포괄적 협력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적대 세력이 양국관계를 훼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양국 군대의 정치 조직간 협력을 강화하고 양국 간 우호와 전통에 기반한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남아 문제 전문가인 광저우(廣州) 지난(濟南)대의 장밍량(張明亮) 교수는 중국과 베트남 언론의 보도 내용이 상이한 점을 지적하면서 베트남 지도부의 발언에는 지도자들의 고민이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즉 중국을 기분 좋게 만들면서도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대해선 미국의 입장과 가까운 입장을 취한 것이라는 게 장 교수의 지적이다.
싱가포르의I 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리홍립 연구원은 베트남의 지도부 교체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의 외교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베트남은 중국과 안정적이고 평화적인 관계를 원하지만, 남중국해 분쟁을 중국과의 전반적인 관계와 분리해서 다룬다"고 지적했다.
리 연구원은 "남중국해는 베트남에는 주권과 영토적 통합성 이상을 의미하기 때문에 중국을 달래기 위해 핵심 이익을 희생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베트남은 미국과 관계를 심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것이 중국을 자극할 수 있지만, 중국이 분쟁 수역에서 공격적 행위를 계속한다면 다른 선택지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약 90%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베트남, 필리핀, 대만,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주변국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마찰을 빚고 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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