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나폴레옹 사망 200주년 헌화하기로…반대 목소리도

입력 2021-04-30 16:10  

마크롱, 나폴레옹 사망 200주년 헌화하기로…반대 목소리도
나폴레옹을 전쟁광·독재자·인종주의자로 보는 시각도 상존
마크롱 측근 "현재 기준으로 역사적 인물 판단하는 것 잘못"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 정복에 나섰던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의 사망 200주년 기념식에서 일각의 반대를 무릅쓰고 헌화하기로 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마크롱 대통령이 내달 파리에 있는 최고 학술기관인 프랑스 학사원에서 열리는 이 행사에 참석할 것이라 밝혔다고 영국의 일간 더타임스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마크롱 대통령은 파리 시내 복합 군사 문화시설인 앵발리드에 있는 나폴레옹의 묘역에 헌화하고 근대 프랑스의 기초를 다진 그의 업적을 기릴 예정이다.
엘리제궁은 "우리는 역사로 이뤄진 사회다. 이런 역사에서 우리의 상상력이 만들어졌다"면서 "프랑스인의 삶은 나폴레옹에 대한 기억으로 여전히 둘러싸여 있다"고 말했다.
생전 유럽 통일을 꿈꾸며 여러 전쟁을 벌였던 나폴레옹은 연합군과의 싸움인 '워털루 전투'에서 참패한 뒤 유배된 영국 세인트헬레나섬에서 1821년 5월 5일 눈을 감았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헌화 결정은 최근 프랑스에서 감지되는 '캔슬 컬처'에 저항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캔슬 컬처는 노예제나 제국주의 등 현대 사회에서 비판받는 과거의 역사적 잔재를 없애려는 기류를 일컫는다.
프랑스의 우파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이런 사회기류가 미국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프랑스 고유의 가치를 훼손한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나폴레옹 역시 이런 '캔슬 컬처'에 기반한 비판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역사 인물 중 하나다.
그간 프랑스 좌파진영 등 일각에서는 나폴레옹의 유럽 정복 야망으로 인해 600만명의 목숨의 희생됐다면서 그를 전쟁광이자 독재자라고 비판해왔다.
또 그를 1974년 프랑스 대혁명 기간에 폐지된 노예제를 6년 만에 되살린 인종차별주의자이자, 여성 인권을 후퇴시킨 성차별주의자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런 주장을 펴온 학자와 단체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처럼 나폴레옹 관련 기념식에 참석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5년 시라크 당시 대통령은 나폴레옹의 아우스테를리츠(현 체코) 전투 승리 2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불참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지난 2019년 열린 나폴레옹 탄생 250주년 기념식에는 여러 사정을 고려해 참석하지 않았으나, 자신이 개인적으로 높게 평가하는 나폴레옹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할 수 없게 돼 언짢은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롱의 한 측근은 그가 나폴레옹을 찬양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저평가하려는 것도 아니라면서 현재의 기준으로 역사적 인물을 일방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마크롱 대통령이 근현대 프랑스의 법, 교육, 행정 체계를 마련함으로써 프랑스 대혁명의 유산을 공고화한 나폴레옹의 업적을 강조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ku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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