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서울 강남의 판자촌 구룡마을 뒤에 타워팰리스가 우뚝 솟아있는 것처럼 자카르타 남부 초고층 아파트·백화점 복합단지 끄망빌리지 앞에는 판자촌이 있습니다.
찌프테 우타라(Cipete utara)라는 이름의 이 판자촌은 이른바 '인도네시아판 구룡마을'이라 할 수 있는데요,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14가구가 살고 있습니다.
판자촌 옆에는 큰 개울이 흐르는데, 폭우가 내리면 판자촌 전체가 어김없이 물에 잠깁니다.
전기가 안 들어오고, 상하수도 시설도 없지만, 이곳 주민들은 돈이 없어서 다른 곳으로 이사할 엄두를 못 냅니다.
작년 5월 인도네시아에 사는 한인들이 이 마을에 처음으로 라면과 마스크, 쌀과 과자를 지원한 데 이어 30일 오전(현지시간) 거의 1년 만에 다시 찾아왔습니다.
연합뉴스 특파원도 2년 연속 판자촌 방문에 동행했습니다.
라면 50박스와 마스크 3천장, 티셔츠 100장을 실은 승합차가 도착하자, 마을 대표 나낭(50)씨를 비롯한 주민들이 달려 나와 반깁니다.
지난해 가을부터 이어진 우기에 여러 차례 마을이 물에 잠겼고, 그사이 두 명의 주민이 코로나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나낭씨는 "한국 사람들이 우리를 잊지 않고, 이렇게 온정을 베풀어줘 정말 감사드린다"며 고개 숙여 인사했습니다.
구호품을 전달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송광종 동남아남부 협의회 회장과 안선근 국립이슬람대학교 교수는 "코로나 시기에 살기가 더 힘들겠지만, 꿋꿋이 버티길 바란다"며 따뜻한 인사를 건넸습니다.
구호품은 인도네시아의 민주평통과 한인회, 자유총연맹이 마련했습니다.
한인 단체들은 판자촌뿐만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모여 사는 난민촌, 나환자촌, 수녀원, 유치원 등 8곳에 라면 총 550박스, 마스크 3만장, 티셔츠 900장을 선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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