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방향성 바꾸기는 어려워…종목별 단기 변동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오는 3일 자로 주식시장에서 부분적으로 재개되는 공매도가 주가 흐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일단 빌려서 팔고서 주가가 내려가면 주식을 사서 갚아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기법이다.
1년 2개월 만에 공매도가 허용되면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으나 증권가에서는 주식시장이 받을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공매도 금지 기간 코스피 78%↑…주가 하락 우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3일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주가지수 구성 종목을 대상으로 공매도가 재개된다.
금융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주가 급락을 막고자 작년 3월 16일부터 6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한 이후 이를 두 차례 연장했다.
약 1년 2개월에 걸친 이번 공매도 금지는 조치는 한국 증시 역사상 3번째였고 기간으로는 역대 최장이었다.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첫날부터 공매도 재개 직전인 지난달 30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77.70%, 87.68% 올랐다.
이 기간 증시가 빠르게 회복한 만큼 이제 다시 공매도 물량이 나오면 그동안 주가가 급등한 종목을 중심으로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크다.
최근 공매도 재개를 앞둔 경계 심리가 시장에 부담을 주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4일 연속 하락했다. 나흘간 하락률은 각각 2.17%, 4.52%다.
특히 공매도 재개 대상인 코스피200과 코스피150 지수는 같은 기간 각각 2.31%, 6.15% 내려 더욱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공매도 선행지표로 통하는 대차거래 잔고 역시 지난달 30일 기준 56조3천405억원으로 올해 들어 최대를 기록했다.
◇ "강세장 기조 유효…공매도 수익 내기 어려워"
공매도는 주가 버블 방지와 유동성 공급 등 순기능이 있으나 하락장에서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시장을 어지럽히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지난해 상승장을 이끈 유동성 장세를 지나 본격적인 실적 장세로 진입하면서 국내 증시의 기초 체력은 한층 탄탄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번에 공매도 금지가 풀리면 종목별 단기 주가 변동은 불가피해도 전체 지수 방향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가 개별 종목 및 업종, 더 나아가 국내 증시 전반에 단기 변동성 확대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하지만 증시 역사를 뒤돌아봤을 때 공매도가 시장의 방향성은 바꾸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강세장 기간에는 공매도 전략 자체가 플러스 수익을 내기 어려운 경향이 있다"며 "최근 증시가 기간 조정을 받긴 했지만 글로벌 경기 정상화 기대, 국내 수출 실적 등을 고려하면 강세장 기조는 유효하다"고 내다봤다.
이정빈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공매도로 인한 주가 조정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주가의 기반인 실적이 상향 조정되는 상황에서 수급적 이유만으로 추세적으로 상향하는 주가지수의 방향성을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성장주, 바이오주,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종목을 위주로 고점 대비 주가 하락 가능성은 있다"며 "공매도 영향력은 1개월 정도로 판단하고 해당 기간 가치주를 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공매도 재개 3개월 후에는 낙폭 만회
과거 사례를 보면 공매도 재개 직후에는 주가지수가 부진해도 점점 낙폭을 만회해 3개월 정도가 지나면 상승 전환했다.
앞서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 한시적으로 공매도가 전면 금지됐다.
각각 공매도 금지 기간은 2008년 10월 1일부터 이듬해 5월 29일까지 8개월간, 또 2011년 8월 10일부터 11월 9일까지 3개월간이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2009년 5월 공매도 재개 후 한달 간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0.5%, 7.0% 하락했다.
그러나 공매도 재개 후 3개월이 되자 코스피는 14.7%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3.4% 하락했지만 1개월 등락률과 비교하면 낙폭이 줄었다.
2011년 11월 공매도 재개 후에는 일주일간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2.7%, 2.3% 내렸다. 반면 공매도 재개 후 3개월 등락률로 보면 두 지수가 각각 5.0%, 2.3% 상승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 이후 단기 성과는 금지 기간에 주가 상승률이 높았던 코스닥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며 "이후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성과는 거시경제 환경이나 기업 실적에 동조화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풀이했다.
또 업종이나 종목별로는 고평가된 성장주의 주가 흐름이 공매도 재개 후 상대적으로 부진한 편이었다.
이정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공매도 제한 조치가 해제된 후 공통점은 성장주 수익률이 가치주 대비 하회한 점"이라며 "즉 고(高) PER 종목과 주가가 그동안 많이 오른 종목이 타깃이 됐다"고 설명했다.
ric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