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언론 "'혁명수비대 비판' 외무장관 비공개 인터뷰 유출 비판한 것"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외무부는 정책 결정자가 아닌 실행자일 뿐이며 이란 외교의 주축은 혁명수비대라고 강조했다.
서방 언론은 하메네이의 이런 발언이 이란 내 혁명수비대의 영향력이 과하다고 언급한 외무장관의 비공개 녹취 유출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메네이는 2일(현지시간) TV 연설에서 "서방 국가들은 서아시아(중동) 지역 외교가 자신의 통제 아래 있기를 원하는데, 혁명수비대는 (중동 국가들의) 순종적인 외교를 막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의 국익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혁명수비대는 이란 외교의 주축"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어떤 국가에서도 외무부가 외교 정책을 결정하지 않는다"면서 "외무부는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실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FP 통신은 하메네이의 이 같은 발언이 최근 언론을 통해 유출해 논란이 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의 비공개 인터뷰를 비판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란 반체제 매체 '이란 인터내셔널'을 인용해 자리프 장관이 혁명수비대를 비판하는 비공개 인터뷰가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유출된 녹취에서 자리프 장관은 이란에서 안보가 외교에 우선한다면서 모든 사안을 안보의 시각으로 보는 세력이 이란에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녹취 유출로 자리프 장관과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불화설'이 다시 불거졌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이번 연설에서 녹취 유출이나 외무장관을 명시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혁명수비대의 위상을 강조한 이란 최고지도자의 발언은 자리프 장관의 녹취 유출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AFP는 전했다.
자리프 장관은 이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인터뷰가 공개될 줄 알았다면 나는 해당 발언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솔레이마니의 가족에게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외교와 안보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이론적인 토론이 내분으로 변질해 매우 안타깝다"고 유출된 비공개 인터뷰에 대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란 군부의 실세였던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지난해 1월 3일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미군 무인기의 폭격을 받아 암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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