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통파 유대 집단은 병역·공교육 제외, 집단거주하며 정부 통제 벗어나
인구의 13% 차지하며 나머지 국민들과 단절
WP "축제 앞두고 참여인원 제한 말라고 압박"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이스라엘의 유대교 축제에서 압사 참사가 발생한 원인은 현지 초정통파 유대교도 집단에 과도한 자치권을 주는 사회구조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참사는 결국 축제가 제대로 통제받지 않아서 발생했는데, 이는 정부가 그간 정치적 이익의 대가로 초정통파 유대교도에 자치를 허용한 결과라는 비판이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은 초정통파 유대교도의 자치와 이를 허용한 세속 정치인들이 이번 참사에 책임이 있는지 스스로 묻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인구의 13%를 차지하는 초정통파 유대교도는 같은 국가 안에서도 나머지 국민과 단절된 채 살아간다.
성서를 엄격하게 따르는 삶을 영위하는 이들은 취업보다도 유대교 율법 연구를 중요시한다고 WP는 설명했다.
외딴 집단 거주지에 살며, 병역 의무가 면제되고, 의무 공교육 대상도 아니다.
이런 자치가 가능한 이유는 정부가 오랫동안 이들로부터 정치적 지지를 받는 대가로 국가의 통제를 상당 부분 면제해줬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의 요람 빌루 인류학 교수는 "초정통파 유대교도들의 자치는 국가의 지원과 용인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초정통파 유대교도 남성은 일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말 유대교 전통 축제 '라그바오메르'를 앞두고 초정통파 유대교 지도자들과 연계 정당들은 정부에 참여 인원 제한을 두지 말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축제 약 2주 전 경찰과 보건 당국은 관련 회의에서 인원을 제한할 것을 건의했지만, 초정통파 유대교 법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묵살됐다고 이스라엘 칸라디오는 전했다.
이처럼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초정통파 유대교도들이 지난달 29일 축제에 과도하게 몰린 결과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빌루 교수는 "일반적인 록 페스티벌의 경우 경찰과 당국이 훨씬 더 엄격하게 통제한다"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축제에 1만명까지 참가할 수 있도록 했지만 당일 축제 장소인 메론산에는 전국에서 10만명이 넘게 모였다.
압사 사고로 현재까지 45명이 사망했고 150명가량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익명의 고위 경찰 당국자는 현지 신문 마리브에 "몇 년 동안 메론산에 수십만명이 모이는 행사가 열렸지만 당국은 '신이 이들을 보호하기를'이라고 말하는 것 외엔 조처한 게 없다"라고 비판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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