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민족인 줄루족의 왕이 별세한 후 섭정을 맡았던 왕비가 독살됐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왕가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일간 프리토리아뉴스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 65세였던 섭정 왕비는 왕이 승하한 지 한 달여만인 지난달 29일 갑자기 비공개 질환으로 별세해 사인을 둘러싸고 궁정 암투에 따른 독살설이 나돌았다.
2일 음본시 줄루 왕자와 템비 은들로부 공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자신들이 선왕의 셋째 부인인 섭정 왕비 만트폼비 들라미니의 독살 배후라는 소문을 전면 부인했다.
선왕의 누이인 템비 공주는 "사람들이 왕비가 독살됐다는 설이 돌자 우리가 살인범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왕자와 내가 궁에서 (왕 별세 후) 따로 모임을 가졌기 때문에 이런 말들을 한다"고 주장했다.
템비 공주 등은 특히 줄루족 전통 총리 역할을 하는 원로 정치인 망고수투 부텔레지 왕자를 배제한 채 '비인가' 회동을 했다.
이들은 그 이유로 부텔레지 총리가 너무 고압적으로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자기들끼리 허심탄회하게 왕위 승계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템비 공주는 또 누가 차기 왕이 될지는 "신만이 안다"라고 말했다.
부텔레지 총리는 섭정 왕비 사망 후 SABC방송과 인터뷰에서 왕비가 2년 전 아팠을 때 독약 때문이라는 의혹이 있었다고 폭로한 장본인이다.
하지만 부텔레지 총리는 자신에 관한 템비 공주의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선왕 굿윌 즈웰리티니의 첫째 부인은 수백만 랜드(수억 원)규모인 왕가 유산의 지분 50%를 요구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 첫째 부인 시봉길레 들라미니 왕비는 셋째 부인을 섭정으로 지명한 왕의 유언에 대해 긴급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하면서 민법상 결혼에 따라 자신에게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첫째 부인의 두 딸도 선왕의 유언 서명이 위조됐다고 주장하는 별도의 소송을 제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섭정 왕비는 이웃나라 에스와티니의 국왕 음스와티 3세와 남매지간으로 그의 독살설은 줄루족 왕가와 에스와티니 왕가 사이의 관계를 해칠 수도 있다고 줄루족의 한 왕자가 얘기했다.
현지 매체 IOL은 섭정 왕비의 장례식이 6일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왕가 소식통을 인용해 그다음 날 열리는 섭정 왕비 추도식 후 섭정 왕비의 아들로 미국에서 교육받은 미수줄루 왕자(47)가 차기 왕으로 발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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