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불능→관리가능 위협으로…변이 발생에다 일부 백신거부 등 '장애물'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미국에서 전문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집단면역 달성 가망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자 1면 기사를 통해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의 성인 절반 이상이 최소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했음에도 과학자들과 공중보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집단면역의 기준점을 넘어서는 일은 최소한 가까운 미래에는, 어쩌면 영원히 달성 불가능하다는 광범위한 의견 일치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백신만 나오면 곧 집단면역을 달성해 코로나19를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던 대유행 초기 전문가들의 판단에서 상당히 달라진 것이다.
그보다 앞으로 몇 년 동안 미국에서 계속 퍼질 이 바이러스가 통제불능이 아닌 '관리가능한 위협'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게 최근 전문가들의 결론이라고 NYT는 전했다.
진화생물학자인 루스톰 안티아 미 에모리대 교수는 "이 바이러스는 없어질 것 같지 않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이를 가벼운 감염 정도로 억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시각이 집단면역 달성이 어려워졌다는 쪽으로 바뀐 것은 전염성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과 일부 미국인들의 백신 거부감 때문이다.
당초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을 포함한 전문가들은 인구의 60∼70%를 집단면역의 기준으로 제시했으나, 전염력이 60% 더 강한 영국발 변이 등이 속출하면서 최소 기준선을 80% 이상으로 올렸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인의 30%가량은 백신 접종을 여전히 꺼리고 있다. 이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상향된 집단면역 기준 달성은 어렵다.
게다가 만약 전국적으로 평균 90% 이상이 백신 주사를 맞더라도 집단면역을 달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지역사회 단위로 전염이 이뤄지기 때문에 전국 평균이 높더라도 일부 접종률이 낮은 마을에서는 여전히 코로나19가 확산할 수 있고,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이동에 따라 다른 곳으로 다시 전파될 위험도 작지 않다.
특히 국가 간 연결이 긴밀한 현대 사회에서 여행 제한까지 풀리면 어느 한 나라의 집단면역 달성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 세계인을 보호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에서 발생할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언젠가 미국에 상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런 안셀 메이어스 텍사스대 코로나19 모델링컨소시엄 단장은 "전체적으로 충분한 면역을 갖지 못한다면 우리는 어느 한 나라, 어느 한 주(州), 어느 한 도시 단위로도 집단면역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집단면역이 달성 불가능하다면 입원율과 사망률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런 맥락에서 의료시스템 과부하로 이어질 수 있는 중증 환자 발생을 억제한다는 차원에서라도 백신 접종은 반드시 계속돼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NYT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독감과 같은 계절성 질병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한두 세대에 걸친 장기적인 목표는 이 바이러스를 일반 감기처럼 전환하는 일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NYT 보도에 앞서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 감염내과 교수)도 기자간담회에서 집단면역 달성이 어렵다며 독감처럼 '토착화'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firstcir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