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인도발 자국민 귀국금지에 '국민 버렸다' 반발 확산

입력 2021-05-04 09:58   수정 2021-05-04 10:01

호주 인도발 자국민 귀국금지에 '국민 버렸다' 반발 확산
입국 때 징역·벌금형…시민·영주권자에 범죄자 처우
"시민권 원리 위반이자 문화적 이중잣대" 비판 비등
"호주여권이 나를 못 지켜줘"…인도 체류 호주인들 '배신감' 토로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호주 정부가 인도에서 오는 자국시민과 영주권자들의 입국을 전면 금지한 데 대해 인권 침해이자 인종차별적 조치라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인도에 체류 중인 호주인들은 자국 정부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미국의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어린이들을 포함해 인도의 호주인들에게 입국을 금지한 것은 시민권의 원리 위반이자 문화적 이중잣대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는 인도에 체류 중이거나 14일 이내에 인도에 체류했던 호주 국적자와 영주권자의 귀국을 3일부터 일시적으로 전면 금지했으며, 이를 어기면 최고 5년의 징역형 또는 6만 호주달러(약 5천2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하기로 했다.
NYT에 따르면 이처럼 강력한 입국 금지 조처에 나선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는 세계에서 호주밖에 없다.
가령, 영국과 미국, 독일 등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 역시 인도에서 오는 여행자들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지만 자국 시민이나 영주권자들은 이 조치에서 예외를 인정해주고 있다.
호주는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사태 시작 이후 그동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경통제를 시행해왔다.
정부의 공식허가를 받기 전에는 아무도 해외 출국을 할 수 없으며, 코로나19 상황이 잘 관리되거나 호전되고 있는 나라에 체류한다고 해도 호주 입국 시에는 정부의 특별허가를 받거나 편도 3만 달러(약 3천300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항공권을 사야만 입국이 가능하다.
호주행 특별기의 좌석을 구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항공권 티켓 가격의 부담으로 귀국하지 못한 호주인들이 3만5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새 입국 금지 조치의 적용을 받는 사람들은 8천명 가량이다.
인도 뉴델리에 작년 3월부터 갇혀 있는 호주인 에밀리 맥버니는 코로나19로 한 달째 투병 중이라고 한다.

그는 NYT에 "내 여권이 나를 돌봐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호주 정부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고는 병세가 악화하면 중환자실에도 가지 못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인도에 가족과 체류 중인 한 호주인 의사는 로이터통신에 "인도계 호주인은 이를 인종차별적 정책으로 본다. 미국 등에서도 감염이 확산했는데 이런 나라에 있는 사람과 인도계 호주인은 다른 대우를 받았다"고 말했다.
쉐바 낸드컬리야 호주인도여성상공회의소 소장도 NYT에 "(국가의) 강한 공감이 필요한 상황에서 (자국민들을) 범죄자화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호주 정부의 조치는 시민들에게 자국으로 돌아올 권리를 부정함으로써 시민권이라는 개념을 해친 터무니없는 대응"이라고 비난했다.
호주인권위원회도 이번 조치가 심각한 인권 우려를 제기한다면서 정부에 차별적 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라고 요구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이번 인도발 자국인 입국 금지 조치에 대해 "전통적으로 '하드 보더'(강력한 국경통제) 성향이 강한 호주가 (고립적 성향을) 더 새로운 극단으로 끌어올렸다"면서 "호주가 자국 시민과 영주권자들이 입국을 범죄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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