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입구 구덩이 파고 유아 안장…더 오래된 유라시아 무덤과 차이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케냐 동부의 동굴에서 약 7만8천300년 전에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유아의 부분 유해가 발굴됐다.
이는 인류의 발상지인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무덤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아프리카 선사 인류의 장례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유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와 CNN 등 외신에 따르면 2.5~3세 유아의 것으로 밝혀진 이 유해는 케냐 동부해안 인근의 '팡가 야 사이디' 동굴 입구의 중기석기시대 지층에서 다리를 가슴 쪽으로 끌어올린 채 오른쪽으로 반듯하게 누운 상태로 발굴됐다.
머리는 썩는 물질로 된 베개로 받쳤던 것으로 추정되며 몸은 나뭇잎과 동물 가죽 등으로 꼭 싸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치아를 통해 확인된 특성이 호모 사피엔스와 일치해 현생인류 조상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지난 2013년 첫 유해가 나온 뒤 4년 가까이 지난 2017년에서야 유아의 것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이때부터 이 유해에는 스와힐리어로 '아이'를 뜻하는 '음토토'(Mtoto)라는 별명이 붙었다.
음토토가 누워있던 구덩이는 토양 분석 등을 통해 의도적으로 판 것이며, 시신 위에는 동굴 바닥의 흙을 떠 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신이 부패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장돼 땅속에서 썩은 것으로 분석됐다.
유해 발굴 결과를 네이처 최신호에 논문으로 발표한 연구팀은 부분적으로 발굴된 뼈의 상태나 주변 토양 등이 일부러 매장을 했으며, 음토토가 속한 집단에서 장례 의식이 치러졌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면서 이는 당시 선사 인류가 상징적 사고를 하고 복잡한 사회적 행동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 준다고 했다.
연구팀을 이끈 스페인 국립 인류진화연구센터(CENIEH) 소장 마리아 마르티논-토레스 박사는 "음토토의 머리가 놓인 형태는 시신을 베개로 받쳐 매장한 무덤에서 흔히 발견되는 유형으로 베개가 썩어 사라지면 머리 밑에 공간이 생기면서 중력으로 머리가 기울게 된다"면서 "음토토의 머리는 베개로 받쳐 안치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유럽과 중동지역에서는 현생인류 조상과 화석인류인 네안데르탈인의 무덤이 약 12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선사시대 무덤 발굴이 드물며 음토토의 무덤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기록됐다.
논문 공동 저자인 막스 플랑크 인류역사과학 연구소의 미카엘 페트라글리아 교수는 이와 관련, "지난 150년간 고고학자들이 근동과 유럽지역에서 주로 발굴을 해왔다"면서 "같은 양의 발굴이 아프리카에서 진행됐다면 훨씬 더 많은 무덤, 더 오래된 무덤을 발굴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음토토의 무덤이 주거지에 죽은 사람을 묻었던 네안데르탈인이나 유라시아의 현생인류 조상과는 다른 점을 갖고있으며, 현생인류 진화에서 지역적 차이를 조명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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