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폭발한 민심'에 유혈진압…시민·경찰 24명 사망

입력 2021-05-06 14:57  

콜롬비아 '폭발한 민심'에 유혈진압…시민·경찰 24명 사망
세재 개편 반대 시위 일주일째 격렬…"경찰, 시위대에 실탄 발사"
민생고·인권 침해 규탄 시위로 확대…여권에선 계엄령 선포 요구도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남미 콜롬비아에서 정부의 세제 개편에 반대하는 시위가 수그러들지 않자 정부가 강경 진압으로 맞서면서 시민과 경찰 모두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주요 외신들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5일에도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시위가 일주일째 이어졌고, 정부는 이를 무력으로 진압해 시위에 참여한 시민 23명과 경찰관 1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은 이번 시위로 최소 31명이 사망하고 87명이 행방불명됐으며 부상자는 1천220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이들 시위대에 최루가스와 섬광탄을 쏘며 시민과 격렬히 충돌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경찰이 소총, 반자동 기관총을 시위대에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NYT는 청소년 1명이 진압 경찰에게 발길질한 뒤 총에 맞아 죽었다고 전했다.
5일 밤에는 수도 보고타에 폭우가 내렸는데도 시민 수만명이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에 저항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방호벽을 넘어 의회 의사당을 공격했다.
4일에는 시위대가 보고타에서 파출소 25곳을 공격했고, 1곳을 방화했다. 버스 정류장도 수십 곳이 파괴됐다. NYT는 한 번도 시위에 참여해본 적 없는 시민들도 이번에 거리에 나섰을 만큼 시위의 기세가 강하다고 전했다.



일부 여당 의원은 이반 두케 대통령에게 계엄령을 선포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시위에 참여한 학생 마리아 호세 로페스는 "우리나라가 병을 앓고 있기에 여기에 왔다"라며 "정부는 시민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고 병력만 보낸다"라고 비판했다.
대규모 시위에 정부가 세재 개편안을 포기했지만 시위는 멈추지 않고 시위대의 규탄과 분노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악화한 빈곤과 인권 탄압. 빈부 격차로 확대하는 모양새다.
자신을 교사라고 밝힌 마이라 레무스는 NYT에 "단지 세재 개편안 때문은 아니다"라며 "우리 젊은이들은 부패와 불평등, 가난에 지쳐버렸다"라고 말했다.
NYT는 보수 성향의 두케 대통령이 팬데믹 이후 특히 지지도가 많이 낮아졌다고 전했다. 콜롬비아에서는 지난 수십년간 보수 성향의 정당이 집권했는데 내년 대선을 앞두고는 좌파 성향의 구스타보 페트로 전 보고타 시장이 여론조사에서 선두다.
NYT는 "다른 라틴아메리카 국가도 콜롬비아처럼 가혹한 팬데믹 위기, 점증하는 빈곤, 정부 예산 급락 등이 뒤섞인 '가연성 높은' 상황에 직면했다"라며 "콜롬비아 국민의 좌절이 폭발한 이번 시위가 이들 국가가 겪을 불안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라고 해설했다.
콜롬비아에서는 두케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항의하는 시위가 지난달 28일부터 전국 주요 도시에서 이어지고 있다.
시위대는 소득세 징수 기준을 낮추고 부가가치세 부과 대상을 확대하는 등의 이번 개편안이 중산층과 서민층의 세 부담만 늘리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격렬한 시위가 이어지자 두케 대통령은 지난 2일 개편 계획을 철회한다며 백기를 들었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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