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값싸고 효율적인 스토킹 수단"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애플이 최신작으로 내놓은 분실물 추적 장치 '에어태그'(Airtag)가 자칫 스토킹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의 기술 칼럼니스트인 제프리 파울러는 6일(현지시간) 올린 에어태그 사용기에서 이같은 지적을 내놨다.
그는 "에어태그는 잘 작동한다. 깜짝 놀랄 정도로 그렇다"고 운을 떼고는 "에어태그는 당신의 분실물 찾기를 도와주는 동시에, 값싸고 효율적인 스토킹의 새로운 수단"이라고 독설을 날렸다.
에어태그는 동전 모양의 블루투스 기기로, 소지품에 열쇠고리처럼 달아놓으면 분실시 위치를 아이폰 등으로 보여주는 기능을 한다.
가격은 30달러 정도다.
파울러는 "단추 크기의 에어태그를 달아놓으면 실수로 공원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찾을 때 도움이 된다"면서도 "하지만 누군가가 슬쩍 당신의 가방이나 차에 당신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에어태그를 넣어둔다면 당신이 어딜가든지 은밀하게 추적하는 데 쓰일 수 있다"고 썼다.
파울러는 실제로 '모의 실험'을 해봤다고 했다.
그는 "WP 동료 한명이 에어태그를 이용해 나를 스토킹하는 듯한 테스트를 해봤다"면서 "에어태그 악용을 막으려는 애플의 노력은 충분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앞서 애플은 이런 지적을 예상한 듯 "에어태그는 프라이버시에 중점을 두고 설계됐다"는 공지를 내놨다.
애플은 공지에서 "에어태그는 수시로 바꿔가며 블루투스를 식별한다"면서 "이 덕분에 당신은 이리저리에서 추적 당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에어태그는 원치 않는 추적을 막도록 설계됐다"면서 "만약 미확인 에어태그가 시간이 지나도록 당신과 함께 움직인다면 '나의 찾기' 기능이 이를 알려줄 것"이라고도 밝혔다.
하지만 파울러는 이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모의 실험에서 "동료의 에어태그를 내 가방에 넣어두고 일주일 동안 샌프란시스코 베이 일대를 돌아다녔더니 몇분 단위로 내 위치가 동료의 아이폰에 떴다"면서 "내가 집에 있는 동안은 내 주소까지 정확하게 알려줬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스토킹 악용 가능성과 관련해 "우선 피해자가 숨겨진 에어태그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말로만 쉽지 실제로는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가령 에어태그를 '숨겨둔' 사람과 떨어진 지 3일이 지나자 애플 측 설명대로 에어태그에서 경고음이 울리긴 했으나 이는 "15초 정도만 '짹짹' 소리가 이어지는 정도였다"고 파울러는 짚었다.
그러고는 에어태그가 잠잠해졌다가 몇시간이 지난 뒤에야 "창밖의 새가 지저귀는 정도"의 소리를 15초 간 냈다고 한다.
파울러는 "이렇게 해서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하고는 "더 큰 문제는 3일이 지나야 피해자에게 경고음이 울린다는 점이다. 이는 엄청난 스토킹이 가능한 시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울러는 또 "내 아이폰은 내게 미확인 에어태그가 나를 따라다닌다고 알려줬지만, 미국인 중 절반 정도가 쓰는 안드로이드 폰에서는 이런 경고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도 꼬집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디지털 스토킹은 아주 흔하며, 살인을 포함한 물리적 학대와 깊게 연관돼 있다고 한다"고 파울러는 덧붙였다.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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