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축하는 선수, 뇌의 '장기 사고' 영역 많이 활성화
네덜란드 트벤테 대학 연구진, 국제학술지에 논문 발표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축구선수에게 페널티킥은 악몽이 될 수도 있다.
특히 A매치(국가 대표팀 경기) 같은 큰 경기의 페널티킥은, 순간적으로 숨쉬기 힘들 정도의 정신적 압박을 주기도 한다.
승리를 바라는 국민의 희망과 기대가 어깨를 짓누를 때 불과 11m 거리에서 차는 페널티킥도 어이없는 실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페널티킥을 실수하는 선수의 뇌가 어떤 상태인지를 규명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리적 압박 상황에서 실수하는 선수는 '장기적인 사고'(long-term thinking)에 관여하는 뇌 영역이 많이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널티킥 실축이,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데서 비롯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네덜란드의 트벤테 대학(University of Twente) 과학자들이 수행했다.
논문은 저널 '프런티어스 인 컴퓨터 사이언스'(Frontiers in Computer Science)에 실렸다.
연구팀은 자원자 22명의 페널티킥 직전 뇌 활동을 '기능 근적외선 분광 측정'(fNIRS) 기술로 측정했다.
자원자들은 압박의 정도에 차이를 둔 여러 조건에서 페널티킥 득점을 시도했다.
페널티킥을 차는 선수의 뇌 활성 부위를 fNIRS로 측정해 분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심리적 압박 환경에서 득점에 성공한 사람은 뇌의 '업무 관련' 영역이 활성화됐다.
예컨대 운동 피질(motor cortex)의 활성도가 높아지는 건 심리적 압박 아래서 페널티킥 득점에 성공하는 것과 연관성을 보였다.
이런 반응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페널티킥을 찰 때 신체 동작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안감이 심해 페널티킥을 실축하는 사람은, 장기적 사고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전두엽 피질이 더 많이 활성화됐다.
이런 선수는 득점 실패의 결과를 생각하느라고 공을 제대로 차지 못한다는 걸 시사한다.
연구팀은 fNIRS 기술을 활용해 운동선수들의 경기력을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페널티킥을 찰 때와 같이 심리적 압박 수위가 높은 상황에 대비해, fNIRS로 뇌의 반응을 관찰하면서 플레이에 도움을 주는 뇌 영역을 활성화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방법은 또 업무 수행에 심리적 압박이 큰 다른 직업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고도의 정밀성이 필요하고 늘 긴장해야 하는 뇌 수술 전문의가 대표적인 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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