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심사에 정보 공개 미흡"…21.7%는 규제 두고 일몰만 해제해 규제 상시화
호주는 규제 신설 후 10년 지나면 무조건 폐지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대형마트 출점 제한 규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통상 마찰 우려를 고려해 3년 후 폐지를 전제로 2010∼2013년 한시적으로 도입됐으나 이후 3차례의 일몰 연장을 거쳐 2025년까지 연장됐다.
2017년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주회사 설립·전환시 제출하는 서류의 타당성을 3년마다 재검토하도록 일몰을 설정했으나 작년 3월 규제는 그대로 두고 일몰만 해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이와 같은 현행 규제일몰제가 실효성이 없다며 호주처럼 규제 시행 후 10년이 지나면 규제를 자동으로 폐지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재입법을 통해 신설하도록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10일 제안했다.
규제일몰제는 시행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 폐지되는 효력 상실형과 일정 기간 경과 후 규제 연장 여부를 검토하는 재검토형이 있다. 전경련은 효력 상실형 일몰 규제 관련 통계는 공개되지 않아 이번 분석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2015∼2020년 재검토형 일몰 규제 심사 결과를 보면 총 9천200건 중 2.9%인 266건만 폐지됐고 93.4%(기존 규제 존속 69.2%, 개선 24.2%)는 규제가 연장됐다.
일몰 대상 규제는 부처 자체평가를 거쳐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심사한 후 법령안의 정비를 추진하는 절차를 거치지만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영향평가 없이 단순 재연장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사실상 부실 심사라고 전경련은 지적했다.
일몰 대상 규제 목록과 심사 결과 등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전경련은 일몰 규제의 연장 등을 심사하는 규제개혁위원들조차 개별 규제의 검토 내용을 모르고 일몰 연장을 의결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또 2015∼2020년 규제를 유지·개선하기로 결정된 재검토형 일몰 규제 8천589건 중 21.7%는 일몰 설정이 해제되는 등 규제는 두고 일몰 기한만 삭제하며 일몰제를 사실상 규제 도입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규제일몰제는 효력 상실형이 원칙이지만 실제로는 98% 이상이 재검토형인 것으로 설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규제사후영향평가 모범국으로 평가받는 호주의 경우 규제는 발효일로부터 10년이 경과한 뒤 자동 폐지된다는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규제가 계속 필요한 경우 규제 신설과 같은 재입법 절차를 거쳐 기존 규제를 대체해야 한다.
호주 법무부의 사후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일몰 시한이 2012년 4월∼2018년 10월인 일몰 대상 규제 중 34%는 대체입법 없이 폐지됐고 28%는 일몰 기한 도래 전 폐지됐으며, 38%만 대체입법이 만들어졌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개혁을 추진하려면 효력 상실형 일몰제 적용을 원칙으로 하고, 일몰제 관련 정보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의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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