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언론…나발니 '독극물 중독설' 부인해 의혹 샀던 병원 책임자
치료 참여했던 같은 병원 의사 1명은 지난 2월 돌연사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지난해 8월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졌던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한동안 입원했던 시베리아 옴스크 병원의 전직 최고 의료 책임자가 사냥을 나갔다가 실종됐다고 타스 통신 등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옴스크 제1구급병원' 수석의사로 재직하다 이후 옴스크주 주정부 보건장관이 된 알렉산드르 무라홉스키가 사흘째 실종 상태라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통신에 "지난 7일 옴스크주 볼셰우코프스키 지역 포스펠로보 마을에 있는 사냥 기지에서 사륜오토바이를 타고 숲속으로 들어갔던 무라홉스키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8일 경찰로 접수됐다"고 전했다.
경찰은 재난당국 대원, 현지 주민 등과 함께 헬기와 드론까지 동원해 수색 작업을 벌였으나 무라홉스키를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라홉스키가 떠난 사냥 기지에서 6.5km 정도 떨어진 곳에선 그가 타고 나간 사륜오토바이만 발견됐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49세의 무라홉스키가 지난해 11월 옴스크주 보건장관으로 이직하기 전까지 옴스크 제1구급병원 수석의사로 재직했다고 전했다.
이 병원에선 지난해 8월 독극물 중독 증세로 의식을 잃었던 나발니가 사흘 동안 검사와 치료를 받았었다.
앞서 지난 2월 초에도 나발니 치료에 참여했던 옴스크 구급병원의 마취통증·중환자 담당 차석의사 세르게이 막시미쉰이 55세의 나이로 급사해 의문사 의혹이 불거졌었다.
나발니의 비서실장인 레오니트 볼코프는 당시 CNN 방송에 "막시미쉰이 나발니의 혼수상태에 대한 치료를 책임지고 있었다"면서 "그가 알렉세이(나발니)의 상태에 관해 그 누구보다 많이 알았던 만큼, 나는 그가 자연사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떨쳐버릴 수 없다"며 피살설을 주장했다.
나발니는 지난해 8월 하순 시베리아 도시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고 곧바로 옴스크에 비상 착륙한 항공기에서 옴스크 병원으로 옮겨졌다.
나발니는 이후 독일 베를린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은 뒤 지난 1월 17일 귀국했으나 공항에서 곧바로 체포돼 구속됐다.
그는 이후 재판에서 2014년 사기 혐의로 받은 집행유예가 실형으로 전환되면서 징역 3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나발니 중독 사건과 관련 독일 전문가들은 그가 옛 소련 시절 개발된 군사용 신경작용제 '노비촉' 계열 독극물에 중독됐다고 발표했고 나발니도 자국 정보당국이 독살을 시도했다고 주장했으나, 러시아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무라홉스키를 비롯한 옴스크 병원 측도 나발니가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독극물 중독설을 제기한 나발니 가족과 측근들의 주장을 반박하며 그가 '물질대사 장애'로 쓰러진 것이라고 진단했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병원 관계자들이 당국의 압력으로 허위 증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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