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육성 예능 투표하려 노인까지 동원해 QR코드 챙겨
해당 프로그램 제작 중지·협찬사 사과…당국 팬카페 통제 나서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중국에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연습생에 투표하겠다며 우유를 27만여개나 버린 열혈 팬들이 당국에 적발되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0일 펑파이(澎湃) 등에 따르면 중국의 한 우유 회사는 최근 중국의 아이돌 육성 예능 프로그램 '청춘유니3'과 협업한 제품을 출시했다. 우유 뚜껑에 QR코드(정보무늬)를 부착해 휴대전화로 스캔하면 '청춘유니3'에 참가한 아이돌 연습생에게 투표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시도는 좋았으나 자신이 좋아하는 연습생에 많은 표를 주려는 팬들이 몰리면서 멀쩡한 우유를 대량으로 사서 버리는 사태가 빚어졌다.
한 병에 1표…아이돌 연습생 투표 위해 우유 27만병 버린 팬들 / 연합뉴스 (Yonhapnews)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에 우유를 상자째 쌓아놓고 우유 뚜껑만 놔두고 나머지는 하수구에 모두 쏟아버리는 장면이 나돌면서 "아까운 우유 가지고 뭐 하는 짓이냐"며 누리꾼들의 비난이 쇄도했다.
일부 팬들은 이 우유를 대량으로 구매한 뒤 노인들을 동원해 아이돌에게 투표할 수 있는 우유 속 QR코드만 챙기고 버리도록 하는 등 도가 넘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중국 매체들은 이를 통해 버려진 우유만 27만병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처럼 문제가 커지자 이 예능프로 제작사인 아이치이의 프로듀서와 우유 회사는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며 공식 사과를 했다.
중국의 사이버 감독기관인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도 이번 우유 낭비 사건을 지목하면서 향후 팬들이 아이돌을 응원하기 위해 비이성적인 행동을 할 경우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연예인 공식 팬 카페나 관련 단체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이번에 문제가 된 예능프로그램 제작을 중단시켰다.
한편, 지난해 8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음식 낭비를 단호히 막아야 한다"고 지시한 뒤 중국 당국은 '먹방'(먹는 방송)에 최대 1천7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음식낭비 금지법 시행에 들어갔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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