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값 폭등에 정부·업계 머리 맞대…"생산라인 풀가동"

입력 2021-05-11 06:01  

철광석값 폭등에 정부·업계 머리 맞대…"생산라인 풀가동"
철강사들, 수출 물량 내수로 돌리고 고로 점검도 연기 검토
정부 "매점매석 등 시장 상황 점검"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철강 원자재 가격이 말도 안 되게 오르고 있습니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계속 이 업계 일을 해야 할지 고민이 너무 큽니다."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철강 분야에 관련된 일을 하는 직장인'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작년 11월을 기점으로 철자재 가격이 70% 이상 단기간 인상됐다"면서 "이렇게 계속 가다간 철강업계 제조업의 희망은 없어 보인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최근 철광석 가격 폭등으로 철강 제품 가격이 치솟으면서 영세 제조업체들의 비명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와 업계가 대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와 한국철강협회는 이날 포스코[005490], 현대제철[004020] 등 협회 회원사들을 소집해 시장 상황을 점검한다.
회의에는 철강사 마케팅담당자들이 참석해 철강 제품 품목별 수급 상황과 전망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13일에는 기계, 조선, 기자재 등 수요 단체들을 불러 모아 애로 사항 등을 청취한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철강 분야는 다른 산업과 달리 제품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면서 "제품별 유통 상황 등을 먼저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철광석 가격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중국 칭다오항 기준(CFR) 톤(t) 당 212.25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날 사상 처음으로 t당 200달러를 돌파한 뒤 하루 만에 다시 210달러를 넘었다.
세계 각국의 경기 부양책에 따른 수요 증가와 중국의 환경정책 강화에 따른 생산 감축이 맞물린 탓이다.
여기에 세계 1위 철강 생산국인 중국과 세계 1위 철광석 생산국인 호주의 긴장 관계가 극에 달하고 있는 점도 철강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은 철광석 수입의 60%를 호주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자동차·가전 등의 소재로 쓰이는 기초 철강재인 열연강판뿐만 아니라 냉연강판, 선박을 만들 때 쓰는 후판 등 대부분 제품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원재룟값이 오르다 보니 철강사들이 제품 가격에 이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수요 중소기업들은 납품 단가에 철강재 가격 인상을 반영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4월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또 다른 청원인은 '철강재 인상, 더는 버티기 힘듭니다'라는 글에서 "십여 년째 조그만 공장을 운영 중인데, 최근 5개월 동안 철판 유통 가격이 43%가량 인상됐다. 자고 일어나면 자재비가 오른다는 공문이 회사로 온다"면서 "그러나 제조업종들은 물량 부족으로 인한 '제 살 뜯어 먹기식' 입찰 과열로 납품가 인상은 꿈꿀 수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정부로서도 뾰족한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가격 급등인데, 이는 비단 한국만의 상황이 아닌데다, 정부가 나서서 시장 가격을 통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에 산업부는 최근 철강사들에 "생산라인을 쉬지 않고 가동해 시장에 충분한 물량을 공급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철강사들은 이미 생산라인을 완전가동 중이다. 이뿐만 아니라 수출 물량 일부를 내수로 돌려 공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고로(용광로) 보수 일정을 조정해 생산라인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안전사고 발생 우려 때문에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정부는 일단 시장 상황부터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업계와 함께 대응책을 찾아볼 것"이라며 "유통 쪽에서 매점매석 행위 등이 있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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