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시위대 305명 부상…'예루살렘의 날' 구시가지 깃발행진 취소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 막바지 팔레스타인 주민과 이스라엘 경찰의 격렬한 충돌이 나흘째 이어졌다.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경찰은 이슬람의 3대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에 들어가 강경 진압을 이어갔고,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 정파 하마스는 '병력 철수'를 촉구하며 이스라엘 남부를 겨냥한 로켓 공격을 재개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예루살렘의 날'인 이날 동예루살렘의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 성지인 성전산의 알아크사 사원 인근에서는 팔레스타인 주민과 이스라엘 경찰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팔레스타인 주민 수천명은 새벽부터 사원에 모여 시위에 나섰고, 경찰은 오전부터 최루탄과 섬광탄 등을 쏘며 사원 내 시위대를 해산하고 일부를 체포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에 따르면 이날 충돌 과정에서 305명이 부상했다. 이 가운데 228명은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위중한 환자도 다수 있다.
경찰 측에서도 21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1967년 이스라엘이 3차 중동전쟁을 통해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기념일인 이날 인근 서쪽 벽(일명 통곡의 벽)에는 수천 명의 유대인이 모여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애초 이들은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팔레스타인 주민과 경찰이 충돌했던 장소 등이 포함된 예루살렘 구시가지를 행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태 악화를 우려한 당국은 구시가지 행진을 불허했다.
또 이스라엘 대법원도 이날로 예정됐던 동예루살렘 셰이크 자라 정착촌 관련 판결 일정도 연기했다.
셰이크 자라는 예루살렘 구시가지에서 북쪽으로 2㎞ 지점에 있으며, 이곳의 이스라엘 정착촌 유대인들은 부동산을 획득하려고 오랫동안 팔레스타인인들과 법정 분쟁을 벌여왔다.
이런 가운데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 정파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이날 오후 6시까지 알아크사 사원과 셰이크 자라에서 병력을 빼라는 최후통첩성 경고를 보내고 이어 로켓포 공격을 가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쪽에서 7발의 로켓포가 발사됐다고 밝혔다.
당국은 하마스 경고를 전후로 남부 지역의 주요 도로를 폐쇄하고 철도 운행도 중단시켰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라마단 기간 지속해서 이스라엘 당국과 충돌했다. 이스라엘이 신앙생활을 탄압하고 정착촌에서 주민들을 내쫓으려 한다는 게 이유였다.
특히 라마단 기간 매일 저녁 금식을 끝낸 이슬람교도들이 식사하거나 시간을 보내는 다마스쿠스 광장 폐쇄가 격렬한 시위를 촉발했고, 이어 셰이크 자라 주민 축출이 기름을 부었다.
라마단의 마지막 금요일인 지난 7일부터 격화한 시위에 이스라엘 당국이 강력히 대응하면서 팔레스타인 주민 300명가량이 부상했고, 경찰 측에서도 10여 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이스라엘 언론은 이번 사태를 제3의 '인티파다'(팔레스타인 주민의 반이스라엘 저항 운동)로 묘사하기도 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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