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가 공식 확인…다크사이드, 범행 시사하면서 "우리는 비정치적"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시스템 해킹으로 멈춰 선 미국 최대 송유관이 정상화하기까지 며칠 더 걸릴 전망이다.
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은 10일(현지시간) "일부 송유관이 단계적으로 재가동되고 있다"면서 "주말까지 운영 서비스를 상당 부분 재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고 CNBC방송과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지난 7일 '랜섬웨어 공격'을 받은 이 회사는 텍사스주 걸프만에서 동부 뉴저지주까지 8천850㎞ 규모의 송유관으로 하루 250만 배럴의 휘발유, 디젤유, 난방유, 항공유 등을 실어나른다.
인구가 많은 미 동부 해안으로 향하는 이 회사 송유관에 의존하는 소비자는 5천만명이 넘는다.
사이버 공격으로 모든 송유관 시설 가동을 중단한 이 회사는 여전히 "상황이 유동적이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미 최대 송유관이 멈춰서면서 유가가 급등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으나, 조속한 정상화 기대에 힘입어 국제 유가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0.02달러 오른 64.92달러에 장을 마감했고,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7월물 브렌트유는 오후 5시25분 현재 배럴당 0.10%(0.07달러) 떨어진 68.2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주요 기간시설을 겨냥한 이번 사건에 조 바이든 행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대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방수사국(FBI)은 "'다크사이드'가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을 위태롭게 한 사건의 책임이 있다는 점을 확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부터 급부상한 신생 해킹 범죄단체인 다크사이드가 이번 공격의 배후라는 사실은 언론 보도와 이 단체의 성명을 통해 이미 알려졌다.
다크사이드는 다크웹에 올린 성명을 통해 "우리는 비정치적이며 지정학적 문제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특정 정부와의 연계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목표는 돈을 버는 것이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려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앤 뉴버거 백악관 사이버·신흥기술 담당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로서 다크사이드를 범죄 행위자로 보고 있다"며 "정보당국은 국가 단위 행위자와의 연계 여부도 살펴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다크사이드는 동유럽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러시아에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서방의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다크사이드는 지난해 8월 이후 주로 영어권 서방 국가들의 80개 이상 기업을 상대로 랜섬웨어 공격을 저질러 수백억 달러의 손실을 입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부터 다크사이드를 조사 중인 FBI와 관계 당국, 사이버 전문가들은 콜로니얼 해킹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과거 사건에 사용된 악성코드가 유사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이들을 최유력 용의자로 지목했다고 한다.
한편, 브리핑에서 뉴버거 부보좌관은 콜로니얼이 다크사이드가 요구한 금액을 지불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콜로니얼은 민간 기업"이라며 지불 여부에 대해서는 정부가 조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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