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대 속 대만 외교부 "최후의 순간까지 노력할 것"
(타이베이=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 '창립 멤버'인 대만이 오는 24일 열리는 제74차 세계보건총회(WHA)에 초청받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1일 연합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대만 외교부의 톈중광(田中光) 정무차장(차관)은 전날 입법원(국회)에서 WHA 참석 초청장을 아직 받지 못했지만 "최후의 순간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WHA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 올해 제74차 연례회의는 오는 24일부터 6월 1일까지 화상 방식으로 열릴 예정이다.
이와 관련,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대만 지구의 국제 조직 참여는 반드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며 "중국 중앙정부는 대만 지구의 전세계 위생 업무의 참여에 적절한 안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유엔 결의 2758호와 WHA 관련 결의에서 확인한 기본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유엔 결의 2758호는 1971년 중국이 유엔에서 유일하게 합법적 권리를 가진다고 결정해 중화민국(대만)은 유엔에서 축출됐다. 이 결정을 원칙대로 따른다면 대만은 유엔과 그 산하 기구 활동에 국가로서 활동할 수 없는 셈이다.
미국은 이전까지 2758호 해석과 '하나의 중국' 정책을 둘러싸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
이달 초 영국 런던에서 회담을 가진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은 WHO 포럼 및 WHA에 대만의 참석을 지지한다는 공동성명 발표했다.
이어 지난 7일에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WHO에 대만의 WHA 참가를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WHO가 1948년 설립될 당시 창립 멤버였던 대만은 2009∼2016년 옵서버 자격으로 WHA에 참가해왔다.
그러나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중국의 반발로 2017년 이후 5년 연속 총회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대만은 호의적인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성공적인 방역 성적을 기반으로 국제무대 귀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장(장관)은 트위터에 '중국보다 더 대만인의 건강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으며 중국 정부는 대만의 WHO 참여에 대해 적절한 안배를 할 것'이라는 중국 측의 언급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거짓말"이라며 중국이 "사실대로 말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민주주의 연합'(Alliance of Democracies)이 화상회의 형식으로 개최한 제4회 코펜하겐 민주주의 서밋(Copenhagen Democracy Summit)에서 권위주의 국가 세력의 확장으로 민주 가치가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전세계 민주의 파트너들은 반드시 함께 단결 및 협력해 자유, 법치, 인권 등의 공유 가치를 수호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안정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나아가 권위주의 국가가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통해 규율을 기초로 하는 전세계 질서를 바꾸려고 기도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권위주의 국가'는 중국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차이 총통은 또 WHA와 다른 국제포럼 등이 대만의 전문가와 정부 관료를 배제하고 대만의 국제적 경험을 나누려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만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대만의 도움이 필요한 국가를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마거릿 해리스 WHO 대변인은 대만 중앙통신사(CNA)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대만의 WHA 참석 여부에 대해 194개 회원국이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를 비롯한 외교적 신경전 속에서 개막을 열흘 남짓 앞두고 있는 WHA 총회에 대만이 초청장을 받을 수 있을 지는 아직도 안갯속이다.
jinbi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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