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돈 버느라 7년째 자녀 못 만나"…경찰, 결국 귀향 도와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6년 만에 고향에 가는 거예요. 아이들을 만나야 해요. 돌려보낼 바에 차라리 감옥에 보내주세요."
인도네시아 정부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최대 명절 '르바란'(이둘 피트리) 귀향을 전면 금지한 가운데 검문소에 붙잡힌 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12일 트리뷴뉴스에 따르면 중부자바 쁘말랑(Pemalang)이 고향인 칼리아나(41)는 대만에서 5년간 돈을 벌고 작년에 인도네시아에 귀국한 뒤 서부자바주 보고르에서 계속 일했다.
그는 정부가 르바란 귀향을 전면 금지했음을 알면서도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전날 오토바이를 타고 고향으로 향했다.
보고르부터 쁘말랑까지 거리는 365㎞. 하지만, 100㎞쯤 달린 뒤 서부자바주 카라왕의 딴중푸라 검문소에서 붙잡혔다.
경찰이 귀향이 귀향 금지를 알지 않냐며 출발지로 돌아가라고 명령하자 칼리아나는 "돌아갈 수 없다. (전화로) 아이들의 우는 소리를 들을 바에는 차라리 감옥에 가겠다"며 버텼다.
경찰들은 칼리아나를 달래서 흥분을 가라앉힌 뒤 고민 끝에 귀향을 도와주기로 했다.
당시 검문소의 경찰 책임자는 칼리아나의 휴대전화로 자신의 얼굴이 담긴 사진을 함께 찍고, "다른 검문소에서 붙잡히면 이 사진을 보여주고 통과하라"며 연락처를 알려줬다.
칼리아나는 "7년째 못 보고 있는 아이들을 꼭 만나고 싶다. 특히 막내가 너무 보고 싶다"고 울먹였다.
그는 오토바이에 다시 시동을 걸면서 "코로나 팬데믹은 내게 정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칼리아나처럼 가족을 만나겠다고 금지된 귀향길에 오르는 사람이 수없이 많다.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하는 라마단은 지난달 13일부터 시작해 이날 끝난다.
이날부터 16일까지가 르바란 닷새 연휴인데,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연휴 뒤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 급증이 우려된다"며 이달 6일부터 17일까지 귀향을 전면 금지했다.
정부는 고속도로 톨게이트, 국도 주요 구간에 381개의 검문소를 설치했으나, 자카르타 등 대도시 이주 노동자들은 야간에 외진 길로 도시를 탈출하는 등 귀향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6일부터 사흘 동안 검문소에서 돌려보내진 차량만 해도 7만대가 넘는다.
수도 자카르타 경찰청장은 "귀향 금지에도 불구하고, 자카르타를 빠져나간 인구가 120만명은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날 발표했다.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누적 172만3천여명, 사망자는 4만7천여명이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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