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불면증에 처방되는 수면제는 오래 복용해도 수면이 전혀 개선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 대학 의대 브리검 여성병원의 대니얼 솔로몬 역학 교수 연구팀은 수면제를 1~2년 복용해도 수면의 질이나 수면 시간은 개선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12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전국 여성 건강 조사(SWAN: Study of Women's Health Across the Nation) 참가자 중 수면장애로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는 238명과 수면장애는 있지만 수면제를 사용하지 않는 447명(평균연령 49.5세)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수면제 복용자들에게 처방된 약물은 불면증, 불안장애 등에 널리 처방되는 ▲신경안정제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 ▲벤조디아제핀과 약효는 비슷하지만 같은 계열의 수면제는 아니고 약명이 Z로 시작되는 Z-약물(Z drug: 졸피뎀, 조피클론 등) ▲항불안제, 항우울제이지만 적응증외(off-label)로 사용되는 다른 수면제들이었다.
연구팀은 우선 ▲잠들기 어려움 ▲자다가 자주 깸 ▲너무 일찍 잠이 깸 등 3가지를 수면장애로 규정하고 연구 대상자들에게 각 항목마다 1~5점까지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항목 마다 매일 어려움이 없는 경우는 1점, 일주일에 5일 이상 어려움이 있는 경우는 5점을 매기게 했다.
연구 시작 때 이 3가지 항목의 점수는 수면제 그룹이 각각 평균 2.7점, 3.8점, 2.8점이었고 수면제를 먹지 않는 대조군은 2.6점. 3.7점, 2.8점이었다.
그로부터 1년 후 각 항목의 점수는 수면제 그룹이 2.6점, 3.6점, 2.8점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이는 1년 후 대조군의 점수 2.3점, 3.5점, 2.5점과도 별 차이가 없었다.
2년 후에도 수면제 그룹의 각 항목 점수는 대조군보다 나아지지 않았다.
이는 수면제는 오래 복용해도 수면을 개선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따라서 수면제는 어쩌다 한 번씩 단기간(일주일 또는 며칠 밤) 사용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수면제라고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부작용은 낮에 졸리는 것과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해 쓰러지는 것이다. 특히 수면제를 먹고 자다 한밤중에 깨 화장실에 갈 때 이런 일이 잦다.
또 습관성이 생겨 수면제에 의존하게 될 수 있고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에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
미국 수면 의학학회(American Academy of Sleep Medicine)의 수면 의학 전문의 파리하 아바시-페인버그 박사는 불면증에는 인지행동 요법(cognitive behavioral therapy)이 효과적인 치료법이라고 말한다.
인지행동 요법은 수면을 방해하는 머리 속의 생각들과 행동에 대처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그는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 Open) 온라인판에 실렸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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