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수단 이용할 때는 마스크 써야…상황 따라 규제 복원할수도"
WP "상징적·실질적으로 거대한 전환…전면적 사회 재가동의 초석 놔"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 보건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에 대해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실내·실외 상황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권고했다.
로셸 월렌스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코로나19 대응팀 브리핑에서 "흥분되고 강렬한 순간"이라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은 대부분의 실외나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거나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새 권고안을 발표했다고 CNN 방송과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은 마스크를 쓰거나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지 않은 채 크고 작은 실내는 물론 대규모 군중이 있는 실외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권고안은 과학적으로 뒷받침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AP는 "미국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의 삶으로 되돌려 놓으려는 조치로, CDC가 대부분의 실내에서 안전하게 마스크를 벗도록 허용했다"고 지적했다.
WP도 "사회의 전면적 재가동을 위한 초석을 놨다"면서 "이번 변화는 상징적으로나 실질적으로 1년 넘게 규제 속에 살며 팬데믹에 지친 미국인들에게 거대한 전환을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월렌스키 국장은 "백신 접종을 마쳤다면 팬데믹 때문에 하기를 중단했던 일들을 하기 시작할 수 있다"며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 정상의 느낌으로 돌아갈 수 있는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고 말했다.
CDC에 따르면 12일까지 미국에서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은 전체 인구의 35.4%인 1억1천764만7천여명이다. 18세 이상 성인 중에서는 45.1%가 백신 접종을 마쳤다.
월렌스키 국장은 이번 규제 완화 결정의 배경으로 최근 2주간 달라진 상황을 들었다.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3분의 1가량 줄었고 맞힐 수 있는 백신이 늘어난 데다 12∼15세 청소년으로도 접종 대상자가 확대됐다는 것이다.
또 실험실이 아닌 현실세계에서 백신 효과가 입증됐고,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나 전염의 차단에도 효력이 있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월렌스키 국장은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한편으로 '백신을 맞았는데도 달라진 게 없다'거나 'CDC가 지나치게 조심스럽다'는 여론을 일정 부분 수용한 것으로도 보인다. 또 백신 접종자에게 가시적 혜택을 줘 백신 맞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유인을 제공하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WP도 이번 지침 업데이트가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까지 성인의 70%가 최소한 1회 백신을 맞도록 하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미 언론들은 이번 규제 완화로 백신 접종을 마친 미국인들이 다시 일터와 학교로 돌아가는 등 팬데믹 이전의 활동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월렌스키 국장은 다만 대중교통 수단을 타고 이동하는 여행자나 병원, 요양시설 등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항과 기차역은 물론 버스나 기차, 그리고 다른 형태의 대중교통 수단을 타고 이동할 때는 마스크를 쓰라는 의무화는 지금도 여전히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월렌스키 국장은 또 면역체계가 손상된 사람은 마스크를 벗기 전 의사와 상의하라고 경고했다.
이번 마스크 착용 완화는 마지막 접종분 백신을 맞은 지 2주를 넘겨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에게만 적용된다. 월렌스키 국장은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은 계속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은 또한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아주 명쾌하다. 여러분은 경미한, 또는 심각한 증상, 사망, 타인에게 코로나19를 옮길 위험이 있다"면서 "여러분은 여전히 마스크를 써야 하고, 즉각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독려했다.
월렌스키 국장은 "지난 1년은 이 바이러스가 예측 불가라는 것을 보여줬다"며 "따라서 사태가 악화하면 이 권고안을 변경해야 할 필요가 있을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말했다.
화상 브리핑에 같이 참석한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백신을 맞은 사람이 여전히 마스크를 쓰더라도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조그만 위험도 감수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며 "그런다고 해서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며 그들이 비난을 들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전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 스콧 고틀리브는 "이것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코로나19의 위험이 크게 낮아졌다는 사실에 대한 인정"이라며 "코로나19는 이제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다"라고 평가했다.
CDC 국장 대행을 지낸 리처드 베서는 "오늘은 미국의 팬데믹에서 진정한 전환점으로 기록되는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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