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지에 공동 서한…WHO 조사 비판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저명 과학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사 결과를 공개 비판하며 실험실 유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투명하고 폭넓은 추가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저명 생물학자와 면역학자를 포함한 18명의 과학자는 13일(현지시간)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실린 서한에서 "충분한 자료를 확보할 때까지 동물을 통한 전파와, 실험실 유출 등 바이러스의 최초 전파와 관련한 두 가지 가설을 모두 심층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투명하고, 객관적이며, 자료에 기반한 조사가 필요하다. 해당 조사는 독립적 관리하에 진행돼야 하고 이해 갈등의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WHO의 기원조사를 지적했다.
서한에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 전문가인 제스 블룸 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 센터 연구원을 비롯해 코로나19 발원지로 꼽히는 우한(武漢)의 과학자들과 코로나바이러스 연구를 진행한 랠프 배릭 등 유력 과학자들이 동참했다.
앞서 중국 측 전문가들과 함께 코로나19의 기원을 조사한 WHO 연구팀은 지난 3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동물 전파와 실험실 유출 등 두 개의 가설 모두 결정적 증거는 없다면서도 박쥐를 통한 동물 전파 가능성이 개연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실험실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을 시나리오에 대해선 가능성이 극도로 낮다며 313쪽 분량의 보고서 가운데 4페이지만을 할애했다.
보고서 공개 이후 과학계에선 충분한 자료의 뒷받침 없이 실험실 유출 가능성을 사실상 폐기한 결론을 놓고 비판이 제기돼 왔다.
학계는 특히 조사팀이 첫 확진 사례를 포함해 중국에서 발생한 초기 발병자들의 역학 자료에 전혀 접근하지 못한 점에 우려를 표했고,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주요국에서도 자료에 대한 충분한 접근을 포함해 투명하고 활발한 조사를 촉구했다.
WHO는 현재 1차 조사에 대한 각계 권고를 바탕으로 추가 조사 계획을 수립 중이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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