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때문에…최대 4만5천년전 인도네시아 동굴벽화 훼손

입력 2021-05-14 11:14  

기후변화 때문에…최대 4만5천년전 인도네시아 동굴벽화 훼손
네이처지 논문 "엘니뇨 야기 염정작용에 벽화표면 벗겨져"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최대 4만5천년전에 그려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석회동굴 고대벽화들이 '기후변화'로 훼손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4일 고고학자 질리언 헌틀리 연구팀은 전날 네이처지에 발표한 '술라웨시 고대 암석 미술에 미치는 기후변화 영향'이란 논문에서 동굴 벽화들이 빠른 속도로 훼손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그러면서 동굴 벽화에 '염정작용'(haloclasty)이 발생하고 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술라웨시섬 '마로스-빵끕'(Maros-Pangkep) 석회 동굴지대에 그려진 11개의 암석 벽화를 조사한 결과 염분 결정 발생으로 최근 수 십 년간 빠른 속도로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석회동굴에 발생하는 염정작용으로 2만∼4만5천 전에 그려진 그림 표면이 벗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후변화에 따른 엘니뇨 현상이 가뭄을 더 심하게 했다가 우기에는 장맛비·습도를 더 높여 (석회동굴의) 염정작용에 이상적인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 바다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으로, 갑작스러운 홍수, 폭염, 강한 태풍 등 기상이변을 가져온다.
인도네시아는 적도에 위치해 엘니뇨와 함께 라니냐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술라웨시섬 '마로스-빵끕' 지역에는 300개 이상의 석회동굴이 있고, 매년 새로운 동굴이 공개되고 있다.
특히, 이들 동굴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벽화가 계속 발견되고 있다.
지난 2014년에 발표된 마로스 동굴의 '손바닥 그림'은 3만9천900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됐다.
이 그림은 바위에 손을 대고 붉은색 안료를 뿌려 손 모 양을 스텐실처럼 찍어냈다.



2019년에는 반인반수(半人半獸) 8명이 창이나 로프로 보이는 가는 물체를 들고 6마리의 멧돼지와 작은 들소에 접근하는 모습이 담긴 동굴 벽화가 공개됐다.
이 벽화는 4만4천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됐다.




올해 1월에는 '반인반수' 동굴벽화를 발굴한 팀이 또 다른 동굴에서 발견한 멧돼지 그림을 공개하면서 그보다 더 오래된, 세계 최고(最古) 동굴벽화라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벽화 위에 쌓인 탄산칼슘으로 된 광물질인 방해석을 찾아내 우라늄 동위원소 연대측정을 한 결과, 4만5천500년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벽화가 적어도 그 이전에 그려진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
이밖에 마로스-빵끕 지역의 동굴에서는 사슴, 보트, 멧돼지 등 다양한 벽화가 발견되고 있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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