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동예루살렘 갈등에서 촉발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면서, 이스라엘 지상군의 가자지구 진입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4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하마스와 닷새째 무력 대치 중인 이스라엘군(IDF)은 최근 가자지구 경계에 화력을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야포와 탱크 등 중화기를 동원해 하마스의 전초기지와 지하 로켓포 시설 등을 타격하는 한편, 공수부대 등 병력도 일부 가자지구 경계로 이동시켰다.
러시아 뉴스통신 스푸트니크에 따르면 조나단 콘리쿠스 IDF 대변인은 아직 가자지구 진입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군은 가자지구 진입 태세를 갖추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로켓포와 박격포, 폭탄이 장착된 무인기 등으로 도발을 감행한 하마스에 전투기와 아이언 돔 미사일, 야포 등 최신예 장비를 동원해 힘을 과시하고 있다.
가자지구 사망자가 100명이 넘지만, 이스라엘에서는 아직 사망자 수가 많지 않은 이유다.
이런 비대칭 전력 속에 이스라엘 지상군 병력까지 가자지구에 진입하면, 가자지구 측 사망자 수는 급격하게 불어날 수밖에 없다.
6만여 명의 이스라엘군 병력이 가자지구에 진입했던 2014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도 2천 명 이상의 사망자와 1만 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이스라엘 측 인명 피해는 민간인 3명과 군인 64명 등 67명에 불과했다.
이번에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병력을 투입해 7년 전과 똑같은 상황을 연출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아랍권은 물론 국제사회의 강력한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가자지구에 병력을 투입했던 2014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최근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전쟁범죄 조사 대상에 올라 있다.
ICC는 지난 3월 이스라엘의 대팔레스타인 전쟁범죄 조사 개시를 정식 통보하면 이스라엘의 정착촌 정책, 2018년 '위대한 귀향 행진'(Great March of Return) 시위 진압과 함께 2014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조사를 주도하는 파투 벤수다 ICC 수석검사장도 13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교전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조사는 이미 시작되었으며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 역시 우리는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국제사회의 여론도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
그동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선제적으로 공격을 가한 하마스에 대응하는 이스라엘의 행위를 자위권 행사로 보고 두둔해왔다.
백악관은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예루살렘과 텔아비브를 겨냥한 하마스와 다른 테러 집단들의 로켓 공격을 규탄했다"며 "그는 이스라엘의 안전보장, 자국과 자국민을 수호할 적법한 권리에도 변함없는 지지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독일도 로켓 공격에 대항하는 이스라엘에 정당방위의 권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대체로 하마스의 무력 도발을 규탄하면서 양국 간 긴장 완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가자지구에 투입해 더 적극적인 공세를 펴고 이로 인해 민간인 사상자가 늘어날 경우 국제 여론이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통해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것을 기념하는 '예루살렘의 날'인 지난 10일 동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에서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반이스라엘 시위를 벌였다.
이스라엘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 섬광 수류탄 등을 동원해 시위대를 강경 진압했다.
종교 활동 제한과 정착촌 갈등이 불씨가 되어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의 마지막 금요일(권능의 밤)인 지난 7일부터 나흘째 이어진 충돌이었다.
300여 명이 부상한 충돌 이후 하마스는 당일 오후 6시까지 알아크사 사원 등에서 병력을 철수하라는 이스라엘에 경고를 보내고, 시한이 되자 로켓포 공격을 시작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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