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또는 전문중계기관에 전산 업무 위탁 가능
보험사의 '목적 외 사용' 제한 규정은 미비
(서울=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를 위한 입법 논의에 탄력이 붙고 있다.
1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전재수·고용진·김병욱·정청래 의원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5건의 법안은 모두 소비자가 의료기관·약국 등 요양기관에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의료비 증빙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요청에 따라야 한다.
현재는 피보험자가 요양기관에서 증빙서류를 종이로 발급받은 뒤 우편이나 이메일(이미지 파일),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보험사에 제출하는데, 이 과정의 불편함을 줄이자는 취지다.
보험 가입자의 편익을 제고하고 행정 비용을 절감하려는 입법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같지만, 어떤 기관을 통해서 서류를 전송하고 비용을 부담할지 등 각론에서는 차이가 있다.
[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법안 내용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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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수 의원 │윤창현 의 │고용진 의 │김병욱 의 │정청래 의 │
││ 안 │ 원안 │ 원안 │ 원안 │ 원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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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전 │ O │O │O │O │O │
│ 송 의무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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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계기관 │전문중계기관│ 심평원 │ 심평원 │전문중계기│ 심평원 │
│││ │ │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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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계기관의 │ O │O │O │O │O │
│ 사용·보관 ││ │ │ │ │
│및 종사자의 ││ │ │ │ │
│비밀 누설 금││ │ │ │ │
│ 지 ││ │ │ │ │
├──────┼──────┼─────┼─────┼─────┼─────┤
│ 처벌 규정 │ X │비밀 누설 │사용·보관│사용·보관│사용·보관│
│││ 처벌 │ 및 비밀 │ 및 비밀 │ 및 비밀 │
│││ │누설 처벌 │누설 처벌 │누설 처벌 │
├──────┼──────┼─────┼─────┼─────┼─────┤
│ 비용 부담 │ X │X │서류 전송 │전산 구축 │X │
│││ │보험사 부 │·운영 보 │ │
│││ │담│험사 부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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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평원? 전문중계기관?…전산시스템 운영 누가
전국 9만6천여곳에 이르는 요양기관이 여러 보험사에 전자적 형태로 증빙서류를 전송하려면 전산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래서 각 법안은 보험사가 이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할 수 있다는 조항과 함께(고용진 의원안 제외) 관련 사무를 다른 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요양기관으로부터 진료비 계산서, 영수증 등 증빙서류를 전송받아 보험사로 넘겨주는 중계 역할이다.
윤창현·고용진·정청래 의원은 공공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전산 사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전재수·김병욱 의원은 구체적 기관을 거론하지 않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문중계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계에서는 심평원이 중계기관이 될 경우, 실손보험 청구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를 요양기관의 비급여비를 심사하고 적정성을 평가하는 데 쓸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보험 전산망을 활용해 민간 보험의 관리 운영비를 절감하는 게 아니냐는 시민단체 지적도 있다.
그러나 심평원만큼 신뢰할 만한 기관을 찾기 어렵고,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3천900만명에 달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이용준 수석전문위원은 전재수 의원안에 대한 검토 보고서에서 "(민감정보를 다루는) 중계기관이 갖춰야 할 자격·설비·인력 등 요건에 관해 법률에 정함이 없이 대통령령으로 포괄 위임해 개정안 내용만으로는 그 대략적인 내용을 알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사용·보관·비밀 누설 금지…보험사의 정보 오·남용은?
윤창현·고용진·김병욱·정청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심평원 또는 전문중계기관은 위탁 업무 수행 과정에서 얻은 정보와 자료를 정해진 목적 외에 사용·보관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심평원이 실손보험 청구 정보를 요양기관의 비급여 심사·평가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의료계 우려를 고려한 조치다.
법안들은 또 전산 업무 종사자가 업무상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을 누설하지 못 하게 하고 위반 시 처벌하도록 했다.
고용진·김병욱·정청래 의원안은 심평원 또는 전문중계기관이 업무 협의를 위해 보험사·요양기관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그러나 보험사가 전송받은 의료정보를 오·남용하는 일을 막기 위한 장치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용준 수석전문위원은 윤창현 의원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보험사가 보험가입자의 진료기록, 진료비 청구 내역 등 진료 정보를 축적해 보험의 가입이나 갱신, 지급 거부 근거로 활용하는 등 보험금 지급 외의 목적으로 이용될 우려가 제기되는바,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보험업계가 소비자 편익보다는 집적된 정보를 활용한 상품 개발, 관리운영비 절감 등을 염두에 두고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주장하는 게 아니냔 말도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9월 '이슈와 논점' 보고서에서 "보험금 청구를 위해 전송되는 개인정보는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 지급만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법률에 제한하고, 소비자의 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등 다른 목적으로 사용 시 제재 조항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현재 발의된 법안들은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증빙서류의 종류와 내용, 전송 방법, 절차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이를 두고도 필요한 정보만을 제공하도록 표준문서 기준을 만들고, 암호화를 거쳐 전송하도록 근거를 마련해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 증빙서류 전송 비용 누가 부담할지도 쟁점
전재수·윤창현·정청래 의원안은 전산화 비용에 대해 별도로 법률에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고용진 의원안은 '서류를 전송하는 비용은 보험회사가 부담한다'고 규정했고, 김병욱 의원안은 '전산시스템의 구축·운영에 관한 비용은 보험회사가 부담한다'고 정했다.
실손보험은 보험계약자와 보험사 간의 계약이고, 전산화를 통해 보험사의 행정 비용이 대폭 절감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할 때 보험사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보험업계는 종이 서류나 이미지 파일에 담긴 정보를 수작업으로 전산에 입력하는 데 따른 업무 부담을 호소해왔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전산 시스템 구축은 보험사가 부담하되, 건당 발급 수수료는 개인이 부담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다.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건당 발급 수수료까지 보험사가 부담하는 것은 너무 과다한 부담을 주기 때문에 지금도 보험사가 아니고 개인이 부담하고 있다"며 "발급 비용은 현재 종이로 출력해서 받는 것보다는 훨씬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만약 각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전재수·김병욱 의원안은 법이 공포된 지 1년이 지난 날부터, 고용진·정청래 의원안은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윤창현 의원안은 1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하되 의원급은 2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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