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급망 확대, 바이 아메리칸 정책 등 선제대응 차원
삼성 반도체, 현대차 자동차, SK·LG 배터리 투자계획 구체화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이달 21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내 주요 기업들이 미국 현지 투자계획을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
대부분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반도체·배터리 등 공급망 강화와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그린뉴딜' 정책 등에 선제대응하기 위한 성격이지만, 이번 정상회담과 맞물려 미국측에 적잖은 '선물 보따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순방길에 삼성·SK·LG그룹의 주요 경영진들이 비공식 경제사절단 형태로 동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한미정상회담의 의제가 확정되지 않아 유동적이지만 일단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맡고 있는 SK그룹의 최태원 회장과 삼성전자[005930]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 부회장, LG에너지솔루션 김종현 사장, SK바이오사이언스 안재용 사장 등이 참석자로 거론된다.
주요 기업의 대표가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것으로 전해지면서 우리 기업의 미국 투자계획의 구체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삼성과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등 국내 4대 그룹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거나 투자를 검토중인 규모는 약 40조원에 이른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증설하는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이 이 중 절반을 차지한다.
삼성전자는 현재 파운드리 공장이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과 반도체·IT기업들의 메카로 부상한 애리조나, 뉴욕 등을 후보지로 놓고 검토중인데 이중 오스틴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백악관 주재의 반도체 화상 회의에 국내 기업중 유일하게 참석한 데 이어 이달 20일 미국 상무부가 주최하는 화상 회의에도 초청받는 등 계속해서 투자 압박을 받고 있어 이번에 투자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연초 대규모 정전 사태 이후 텍사스주와 추가 인센티브 협의가 지연되면서 내부적으로 투자 승인이 늦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인센티브 협의 뒤로 최종 발표가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자동차는 오는 2025년까지 미국에 전기차 생산설비와 수소, 도심항공교통(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에 총 74억달러(한화 8조1천417억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투자계획을 13일 발표했다.
미국의 친환경차 정책과 수소 생태계 확산 등에 선제 대응하고 미래 성장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미국 앨라배마를 포함한 투자 후보지가 공개될지 관심이 쏠린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도 미국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미국의 자동차회사 GM(제너럴모터스)과 미국 오하이오주에 총 2조7천억원 규모(LG 투자금 1조원)의 전기차 배터리 제2 합작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이 회사는 이 합작공장 외에 2025년까지 미국내 2곳에 5조원 이상을 투자해 독자적인 배터리 공장도 신설하기로 했다.
오는 상반기까지 후보지 검토를 마친다는 계획이어서 조만간 건설 계획이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공급망 변화,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추세 등 미국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배터리 생산 능력을 선제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1, 2공장을 건설·가동중인 SK이노베이션[096770]은 현재 3조원 규모의 3, 4공장 추가 건설을 검토중이다.
1, 2공장 투자금액 3조원을 합해 총 6조원이 투입되는 것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이번 방미길에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이번에 미국에서 배터리 공장 추가 투자계획이 공식 발표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미국내 배터리 합작공장(JV) 설립도 논의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른 전기차 배터리 회사인 삼성SDI[006400]도 미국내 합작회사 등을 통한 공장 건설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서 미국이 미치는 영향력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변화 등을 고려할 때 국내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미국내 투자 계획이 확대되고 구체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sm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