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이 정부 비판 성향의 유력 일간지 본사 건물을 압류했다.
베네수엘라 사법당국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밤 수도 카라카스 동부의 일간지 엘나시오날 본사에 진입해 건물 등 자산을 압류했다고 미겔 엔리케 오테로 편집장 등이 밝혔다.
엘나시오날이 디오스다도 카베요 전 제헌의회 의장에 대한 거액의 명예훼손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마두로 정권 2인자인 카베요 전 의장은 2015년 자신의 마약범죄 연루 의혹에 대한 스페인 매체의 보도를 실은 엘나시오날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지난달 대법원은 이 신문에 150억원이 넘는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1943년 창간한 엘나시오날은 베네수엘라에 얼마 남지 않은 정부 비판 성향의 독립언론이다.
정부가 독립언론을 옥죄기 시작하면서 자금난이 심화하고 신문용지 수급도 어려워져 엘나시오날은 2018년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하고 온라인으로만 뉴스를 전하고 있다. 한때 1천100명이 넘던 직원도 100명으로 줄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베네수엘라 시민단체에 따르면 마두로 정권 들어 100개 넘는 매체가 문을 닫았다.
엘나시오날은 16일 사설에서 "우고 차베스와 마두로 정권 20여 년 동안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끊임없이 침해당했다"며 압박 속에서도 계속 보도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두로 정부의 언론 탄압이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베네수엘라 정권의 노력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두로 정부는 최근 수감 중이던 미 기업 임원들을 가택연금 상태로 돌리는 등 조 바이든 미국 정부를 향해 잇단 화해의 제스처를 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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