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시위 반대' 트윗이 K팝 사진으로 도배된 이유는

입력 2021-05-17 05:43   수정 2021-05-1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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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시위 반대' 트윗이 K팝 사진으로 도배된 이유는
시위대 증오 부추기는 해시태그에 K팝 사진 붙여 '방해 공작'
칠레·미국 시위 당시에도 K팝 팬들 온라인서 존재감 과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지난달 28일(현지시간)부터 20일 가까이 전국적인 총파업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콜롬비아에선 트위터상에 K팝 스타들의 사진이나 영상이 부쩍 늘었다.
이들 게시물엔 "파업은 이제 그만", "우리 경찰을 지지한다", "봉쇄를 멈춰라" 등의 해시태그가 붙어있다.
얼핏 보면 K팝 팬들이 콜롬비아의 시위를 반대하고 경찰을 응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콜롬비아 언론들에 따르면 이번 시위에서 K팝 팬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계기는 이달 초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이 올린 트윗이었다.
이반 두케 현 대통령의 멘토이기도 한 우파 우리베 전 대통령은 당시 트위터에서 시위 현장에서 군경이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번 콜롬비아 시위에선 경찰의 강경 진압 속에 민간인이 40명 넘게 숨졌고, 이에 따라 경찰의 과도한 무력 사용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도 거세진 상황이었다.

경찰 폭력을 옹호한 우리베 전 대통령의 트윗은 결국 폭력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트위터에 의해 삭제됐다.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우리베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시위에 대한 반감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무렵 K팝 팬들이 뛰어들었다.
팬들은 "우리베 말이 맞다", "우리베의 목소리가 우리의 목소리다" "경찰을 지지한다" 등의 해시태그를 붙인 게시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우리베의 발언에 동의해서가 아니라, 반대로 우리베에 동조해 시위대를 증오하는 여론이 형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리 '방해 공작'에 나선 것이다.
이들의 화력 덕분에 시위 반대 해시태그가 단숨에 트렌드 상위로 뛰어올랐지만, 이 해시태그를 클릭한 사람들이 보게 되는 건 시위를 반대하고 경찰을 지지하는 게시물이 아닌 K팝 스타들의 사진이었다.

콜롬비아 언론들은 우리베 지지자들의 해시태그를 무력화한 K팝 팬들의 화력을 일제히 보도했다.
한 보수 논객이 "사춘기 K팝 팬들이 나라의 현실을 보여주는 (트위터) 트렌드를 방해하고 있다"며 계정을 신고해 폐쇄하자고 주장하자 일간 엘티엠포는 "황당한" 주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콜롬비아 정부의 세제개편 추진을 계기로 시작된 콜롬비아 시위는 빈곤과 불평등, 폭력 등에 대한 전반적인 항의 시위로 확대돼 이어지고 있다. 노동자 주도로 시작돼 젊은 층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시위 현장에서 K팝 팬들이 온라인 영향력을 과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10월 칠레 불평등 항의 시위 당시에도 K팝 팬들이 트위터에 "칠레는 깨어났다" 등 지지 트윗을 많이 올렸고, 이후 칠레 정부는 시위 사태에 영향을 미친 세력 중 하나로 K팝 팬들을 지목한 보고서를 내놨다가 뭇매를 맞았다.
지난해 미국 인종차별 항의 시위 당시에도 '백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등과 같은 시위를 비꼬는 해시태그에 K팝 사진과 영상을 붙여 시위 반대 여론 확산을 방해한 바 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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