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석 중 우파 25%에 그칠 듯…새 헌법에 상당한 변화 예상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칠레 새 헌법을 쓸 제헌의회에서 우파 여당이 전체 의석의 3분의 1도 차지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현지시간) 칠레 선거관리 당국(SERVEL)에 따르면 15∼16일 이틀간 치러진 제헌의회 선거의 개표가 91% 진행된 상황에서 우파 여당연합 '칠레를 위해 가자'가 21% 미만의 득표율을 기록 중이다.
CNN 칠레는 지금까지 개표 상황을 근거로 여당연합이 전체 155석 가운데 25%인 39석을 가져갈 것으로 전망했다.
제헌의회는 새 헌법 초안 작성 과정에서 조항마다 전체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거쳐야 하는데, 우파 여당이 3분의 1도 차지하지 못하면 목소리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CNN 칠레의 전망에 따르면 중도좌파와 좌파 정당 연합이 각각 25석과 28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소속 후보들이 예상보다 약진해 45석을 가져갈 것으로 점쳐진다. 무소속 후보들은 대부분 "기성 정당에 비판적인 아웃사이더들"이라고 마르셀로 메야 산티아고대 교수가 AFP통신에 전했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10월 국민투표에서 칠레 국민 다수가 현행 헌법 폐기와 새 헌법 제정에 찬성함에 따라 이뤄졌다.
2019년 10월 수도 산티아고의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불붙은 시위 당시, 많은 국민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독재 시기(1973∼1990년) 제정된 현행 헌법이 칠레 사회 불평등과 부조리의 뿌리라고 비난했다.
거리에서 표출됐던 변화 열망은 지난해 새 헌법 제정 찬반 국민투표에서 78%의 높은 찬성률로 나타났고, 여당을 심판한 이번 선거로 다시 한번 증명됐다.
좌파 표가 상당히 분산된 상황에서도 우파 여당이 힘을 쓰지 못한 데에는 시위 사태를 거치며 현 세바스티안 피녜라 정권에 대한 반감이 커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칠레 시민이 정부와 전통 정치 세력에 크고도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국민의 메시지를 겸허하고 주의 깊게 듣겠다"고 말했다.
제헌의회가 좌파와 무소속 의원들 위주로 구성되면 신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한 기존 헌법에서 상당한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155명의 제헌의원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78명을 넘지 않게 조정해 각각 78명 대 77명으로 성비 균형을 맞춰 구성될 예정이며, 17석은 원주민 몫으로 배정됐다.
제헌의회는 출범 후 최대 1년간 초안을 작성하며, 이 초안을 놓고 또 한 번의 국민투표가 치러지게 된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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