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정부가 톈안먼 추모집회는 금지해도 촛불은 못 막아"

입력 2021-05-18 06:07  

"홍콩정부가 톈안먼 추모집회는 금지해도 촛불은 못 막아"
톈안먼 시위 추모집회 주최 홍콩 지련회 부주석 초우항텅 인터뷰
"독재정권 아래서 민주주의 위해 싸우려면 체포는 각오해야…두렵지 않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집회를 못 해도 추모는 어디서든 계속될 것이고, 촛불 켜기는 중단되지 않습니다. 당국이 우리를 빅토리아 파크에 모이지 못 하게 할 수는 있지만, 촛불을 켜지 못 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1990년부터 매년 6월 4일이면 홍콩 빅토리아 파크에서 중국 톈안먼 민주화 시위 추모 촛불 집회를 주최해온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의 부주석 초우항텅(鄒幸?·36)은 18일 당국이 어떤 조치를 해도 추모 행사는 열릴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홍콩 정부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빅토리아 파크 추모 집회를 31년만에 불허한 데 이어 올해도 아직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지련회의 리척얀(李卓人) 주석은 2019년 두 차례의 반정부 시위 참여와 관련해 지난달 징역 14개월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초우 부주석은 변호사다. 인터뷰는 센트럴에 위치한 그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 올해 집회도 금지되나. 2년 연속 금지된다면 그 의미는 뭔가.
▲ 금지될 것 같다. 당국은 코로나19를 핑계로 내세우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아무런 정치적 의미도 없다. 그러나 당국의 시민사회와 반대파 탄압이라는 넓은 관점에서 보면 분명히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6월 4일 빅토리아 파크 촛불 집회는 홍콩에서 열리는 최대 행사다. 당국은 30여년 이어진 이 행사를 그만두게 하려는 것 같다.




-- 집회가 불허되면 대안은 뭔가.
▲ 우리는 시민들에게 빅토리아 파크에 합법적으로 모이지 못해도 홍콩 어느 곳에서나 촛불을 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온라인 집회와 함께 촛불 사진을 찍어 올리는 해시태그 캠페인을 벌일 것이다. 또 6월 4일 하룻밤에 국한하지 말고 언제 어디서든 모든 방법을 동원해 톈안먼 학살을 기억하고 추모하자고 촉구할 것이다.
-- 홍콩은 지금 어떤 상황인가.
▲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매우 암울하다. 범민주진영 저명한 인사들은 대부분 체포되고 수감됐다. 여러 사람이 매우 두려워하고 있고, 많은 이들이 망명하거나 홍콩을 떠났다. 정권의 백색테러 같은 상황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상황에 적응하고 이해하며 탄압에 맞서 계속 전진해나갈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예전처럼 야당을 꾸려나가고 선거에 참여하며 거리에서 캠페인을 하는, 그런 정치는 더이상 가능하지 않다.
-- 두렵지 않나.
▲ 뭐 별로. 많은 친구들이 이미 수감됐다. 친구들이 감옥에 있으니 감옥이 그렇게 두렵지 않다. 독재정권 아래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면 (체포나 수감은) 각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내 인생 계획 중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또 상황이 암울하지만 중국 본토나 북한, 미얀마와 비교하면 아직은 그렇게 심한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도 우리처럼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추모하며 싸우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감옥에서 3~4년씩 보낸다. 고문도 당하고 외부 사회와 접촉도 못 하는데 홍콩은 그렇지 않다.
-- 낙관적이다.
▲ 그런가? (웃음) 나는 현실주의자다.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을 뿐이다.




-- 당국이 지련회를 겨냥하고 있지 않나. 특히 '일당독재 종식' 슬로건을 문제 삼고 있다.
▲ 당국은 비공식 채널을 통해 지련회가 홍콩보안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일당독재 종식' 슬로건은 지련회 운동의 핵심이다. 우리는 중국 본토의 민주주의를 위해 모였다. 당연히 일당 독재 종식이 목표다. 슬로건을 폐기하면 우리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 홍콩보안법 관련 첫 재판이 배심원 없이 진행돼 논란이다. 변호사로서 어떻게 보나.
▲ 배심원 재판은 홍콩 형사재판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홍콩보안법은 배심원 없는 재판에 대해 당국이 설명할 필요가 없게 했다. 그래서 홍콩보안법이 문제가 많은 거다.
내 개인적인 의견을 묻는다면, 당국은 사람들이 자기 편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배심원 재판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배심원 재판의 핵심은 보통 사람들에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중재자 역할을 주는 것인데, 정부는 사람들이 자신들 편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 변호사직 수행도 어려움에 봉착하지 않았나.
▲ 당국이 반대파 탄압의 도구로 사법부의 합법성을 이용하고 있다. 정치적 재판에 있어 '법원 판단이다', '이게 법이야'라면서 사회적 맥락이나 배경을 보지 않고 오로지 법만 좁게 해석하며 판결을 하는데, 잘못된 것이다.
범민주 진영을 변호하는 변호사들의 좌절감은 매우 크다. 형량 선고 인플레이션이 매우 심하다. 예전 같으면 불법집회 참여 혐의에 벌금형 아니면 기껏해야 구류 1~2주일 정도가 선고됐는데, 지금은 징역 18개월까지 선고된다. 터무니없다.
-- 6월 4일 어디서 촛불을 들 것인가.
▲ 빅토리아 파크에 갈 거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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