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굳게 걸어 잠근 국경의 빗장을 조금씩 열기 시작했습니다.
백신 접종 증명서나 코로나19 음성 확인증을 소지한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과 솅겐 협약(역내 인적·물적 이동의 자유를 보장한 협약) 26개 가입국, 영국, 이스라엘발 관광객에 한해 16일(현지시간)부터 격리 의무가 면제된 것입니다.
로마·밀라노·베네치아·나폴리 등 주요 도시에는 이미 첫날부터 해당국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미리 여행 계획을 세워두고 의무 격리 제도가 폐지되길 손꼽아 기다린 사람들일 것입니다.
수도 로마의 주요 관광지에서도 다양한 외국어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영어와 프랑스어, 독일어, 심지어 동유럽국가권 언어도 귀에 들어옵니다.
영화 '로마의 휴일'로 유명해진 스페인 계단은 물론 트레비 분수, 콜로세움 등 주요 관광지도 여느 때보다 더 붐비기 시작했습니다.
스페인 계단 앞에는 공항에서 막 도착한 듯 캐리어를 끌며 사진을 찍는 관광객도 보였습니다.
한동안 사라졌던 배낭족도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배낭에 매달린 신발주머니가 이색적입니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 불리는 나보나 광장의 예술가들은 덩달아 다시 손놀림이 바빠졌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입국이 차단되면서 심각한 불경기를 겪은 택시들도 본격적인 손님맞이를 준비하는 모습입니다.
아직 첫날인데다 관광객 규모가 가장 큰 중국·미국인이 빠진 터라 본격적으로 관광 시즌이 시작됐다고 말하기에는 섣부른 감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지의 코로나19 상황이 눈에 띄게 개선되는 가운데 이탈리아 정부가 격리 해제 대상 국가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어서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 정부는 내달 중순께 똑같은 방식으로 미국발 입국자의 격리를 면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인 관광객의 격리 해제 여부는 아직 불확실합니다.
이탈리아 정부가 도입한 코로나19 국가 그룹 분류상 한국은 미국·캐나다·일본·태국·싱가포르·르완다·뉴질랜드·호주 등과 같은 그룹에 묶여 있습니다.
유럽 이외 지역에서 백신 접종률이 높거나 감염 확산세가 비교적 약한 국가들입니다.
미국인에 대한 격리 면제가 검토되는 상황이라면 한국이 배제될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입국 관련 사안은 상대국 정부와의 협상을 통한 호혜적 적용이 원칙이라 한국과 이탈리아 정부 간 협상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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