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망·언론사 공격은 전범 해당" 조사 촉구
ICC "면밀히 검토 중"…강대국 압력 굴복 비판도
이스라엘 "반유대주의 발상" 미국도 ICC 회부 부정적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에 민간인 사상자가 급증하면서 전쟁범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스라엘의 수백 차례에 걸친 공습 결과 16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어린이 50명을 포함해 200명에 달했다고 현지 보건 당국을 인용해 워싱턴포스트(WP)가 18일 보도했다.
이 때문에 현재로서는 이스라엘 공격이 조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실제 이스라엘 사망자는 10명에 그쳤다. 팔레스타인에서도 로켓 공격을 시도했지만, 이른바 '아이언 돔'으로 불리는 이스라엘의 공중 방어 시스템이 대부분 차단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17일 이스라엘이 언론사가 입주한 건물을 포함해 가자 지구를 공습한 데 대해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수사를 촉구했다.
반면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무차별 로켓포 공격을 한 것 역시 전쟁 범죄라는 주장이 이스라엘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 민간인 학살은 명백한 전쟁범죄
국제법에서는 분쟁 당사국들이 준수해야 할 '전시 법규'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전범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체계의 뼈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면서 수립됐다. 이후 제네바 협약에 196개 국가가 서명하면서 더욱 구체적인 모습을 갖췄다.
전범에 구속되는 행위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큰 틀에서는 민간인이나 포로를 죽이거나 고문을 하는 행위, 어린이를 군인으로 활용하는 게 포함된다.
이와 함께 '비례성의 원칙'도 주요 고려 요소다. 군사 작전을 수행하더라도 목적과 비교해 민간인 사상자가 지나치게 많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 언론사 건물 타격한 이스라엘…전범 구성 요건 되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과거 군사적 충돌을 일으켰지만, 전범으로 ICC에 선 적은 없었다.
다만 이번에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공습을 가한 것은 비례성의 원칙에서 판단할 때 전범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주 공격으로 수많은 사람이 집을 잃거나 사망했다는 게 하마스의 주장이다.
WP에 따르면 지난 16일 공습으로 한 가족의 17명이 숨졌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측은 의도된 게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또 이스라엘은 AP통신과 알자지라가 입주한 건물을 타격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첩보기관이 고의로 인구 밀집 지역의 해당 건물에 은신했다고 공개했다. 또 사전에 전화를 걸고 경고 사격을 가해 대피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성명에서 "언론사가 입주한 건물을 고의로 공격하는 것은 전범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을 포함해 다수 국가로부터 테러 집단으로 규정된 하마스 역시 이스라엘의 민간인에 무차별 공격을 감행해 왔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를 대부분 사전에 차단했지만 그래도 희생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 ICC "면밀히 검토"…'힘의 논리' 작동
국제형사재판소는 2002년 유엔 회원국들이 로마 조약을 체결해 네덜란드 헤이그에 설립됐다. 여기서 전범이나 집단학살과 같은 반인륜 범죄를 기소하게 된다.
ICC 지도부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벌어지는 상황을 매우 자세히 모니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ICC의 회원국이 아니며, ICC가 이 사안에 대한 관할권도 없다고 반박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ICC의 기소를 촉구하는 데 대해 "순전히 반유대주의에서 나온 발상이다"라고 반박했다.
이스라엘에 친화적인 미국 역시 ICC의 회원국이 아니며, ICC의 수사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는 ICC 수뇌부에 제재 대상에 올랐으며, 이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를 해제했다.
ICC 지지 그룹도 ICC의 행동 착수가 느리고, 결과도 불공평하다며 강대국에 맞설 수 있도록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aayys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