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휴전' 아닌 '긴장 완화' 촉구, 추가 공격 말미 준 것" 해석도
이스라엘 '하마스 대응력 저하' 목표 달성 시 이번주 휴전 전망도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선제공격에 대응한 이스라엘의 사실상 일방적인 보복 공격이 11일째를 맞은 가운데, 곳곳에서 휴전 예측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가자지구를 재점령할 수 있다는 강경 발언도 서슴지 않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국제사회의 휴전 압박에 굴복할지 주목된다.
20일(현지시간)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오후 텔아비브 육군본부에 자국 주재 70여 개국 외교관을 초청한 자리에서 현재 이스라엘작전의 목표를 "하마스의 공격 능력과 의지를 저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014년 하마스와 전쟁을 통해 확보한 평온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가자지구를 점령하거나 그들(하마스)을 제지하는 방법이 있다면서 "지금은 그들을 힘으로 제지하지만 어떤 수단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 직후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통화에서 네타냐후 총리에게 '휴전으로 가는 중대한 긴장 완화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마스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이번 충돌에서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옹호해온 바이든이 한 발짝 물러섰지만,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즉각적인 휴전 촉구는 빠진 셈이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휴전'이 아닌 '긴장 완화'를 촉구한 바이든 대통령의 메시지가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고위 외교관리는 "미국의 이스라엘 압박이 하마스를 자극해 충돌 상황 진정에 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다른 이스라엘 관리는 "바이든이 '휴전'이 아닌 '긴장 완화라는 메시지를 선택함으로써 이스라엘군에 며칠 더 말미를 준 셈"이라고 해석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군이 최근 반복적으로 밝혀온 작전의 목표는 하마스의 지하 시설 파괴와 지도부 제거다.
이스라엘에 군사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구축한 지하 시설을 파괴하고 조직을 이끄는 지도부를 제거하면 하마스의 군사적 대응력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는 이스라엘 측 계산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트위터에 "하마스가 10년간 구축한 터널을 지난 5일간 폭격을 통해 무력화했다"고 성과를 자랑했다.
그러나 하마스 군사 조직을 이끄는 무함마드 다이프 사령관과 최고위 지도부 7명 제거를 목표로 제시했지만, 목표를 달성했다는 발표는 없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주중에 휴전이 성사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집트가 중재하는 하마스 지도부와의 휴전 협상이 진전을 보였고 이스라엘군 관리들도 자신들이 설정한 작전 목표에 근접했음을 인정했다는 것이 근거다.
다만, 한 미국 관리는 "바이든 행정부는 위태로운 협상을 엎을 수 있는 예측불허의 충돌만 아니라면 이번 주 중 휴전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가자지구는 1959년 이후 이집트 관할이었지만,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뒤 이곳을 점령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1994년 오슬로 합의를 통해 팔레스타인 자치기구(PA)에 가자지구 대부분의 관할권을 넘겼지만, 2006년 선거에서 압승한 하마스가 2007년 PA를 주도하는 파타당과 전쟁을 치른 뒤 가자지구를 통치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2014년 하마스가 자국 소년들을 납치했다고 주장하면서 가자지구를 공격했고, 지상군까지 투입해 하마스의 세력을 약화시켰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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