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재함 2척 30년 운용비용만 '약 4조원+@'…도입 실효성 논란 커질 듯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정부가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방어용으로 추진하는 미사일 요격 시스템 도입·운용 비용이 10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추산이 나왔다.
이는 일본의 올해(2021회계연도) 전체 방위 예산(5조3척422억엔, 약 55조원) 기준으로 따지면 20%에 근접하는 엄청난 액수여서 도입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집권 때인 2017년 말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 가능성 등에 대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지상 배치형 미국산 이지스 어쇼어 2기 도입을 추진하다가 지난해 6월 이 계획을 전격 중단하고 대체안을 모색했다.
기존 계획을 중단한 이유는 지상에서 발사되는 이지스 어쇼어의 미사일 추진체(부스터)가 엉뚱한 곳으로 떨어져 발사지 주변의 주민들에게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기술적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천억엔(약 2조원)이 더 들 것으로 예상되자 일본 정부는 지상 배치 중단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배치 대상 지역이던 아키타(秋田), 야마구치(山口) 등 두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도 이지스 어쇼어 도입 계획을 무산시킨 배경이 됐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내각으로 바뀐 일본 정부는 이지스 어쇼어 대안으로 미사일 요격 능력을 갖춘 호위함을 추가 도입하는 안과 요격 미사일 발사대 등으로 민간 상선이나 해상구조물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한 끝에 지난해 12월 최종적으로 해상자위대가 운용하는 '이지스 시스템 탑재함'(이하 탑재함) 2척을 건조하기로 각의(국무회의)에서 확정했다.
아사히신문이 일본 방위성이 탑재함 2척 건조에 관한 각의 결정에 앞서 작년 11월 시점에서 총비용을 추산한 내부문서를 입수해 21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30년간 운용비(수명주기비용)를 더한 전체 비용이 거의 1조엔(약 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방위성은 그간 국회 답변 등을 통해 탑재함 2척 도입 비용만 '4천800억~5천억엔 이상'일 것이라는 추산치만 밝히고 전체 비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부문서에 미국 측과 대형 조선업체가 제공한 데이터를 토대로 추산한 탑재함 2척의 30년간 유지·정비 비용이 '3천792억~3천842억엔(약 4조원)+@'로 제시됐다.
2척 도입과 운용 비용을 단순 합산하면 '8천592억~8천842억엔+@'로 9천억엔에 육박한다.
아사히신문은 '플러스알파'(+@)는 추산조차 할 수 없는 숨은 비용이라며 탑재함 2척의 전체 도입·운용 예산이 1조엔(약 10조원) 규모로 불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최초 도입 계획 단계부터 비용이 계속 불어나 4천500억엔으로 추산됐던 이지스 어쇼어 2기 관련 비용의 2배 수준이다.
탑재함 운용은 육상용 미사일 요격 장비를 해상에서 전용하는 전례가 없는 방식이어서 비용이 더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내부문서에 탑재함의 경우 해상 미사일 방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간이 정비 등의 문제로 연간 126일로 기재돼 있다며 '24시간 365일' 일본 전역을 커버할 수 있다는 육상형과 비교해 탑재함의 미사일 방어 기대효과는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비용은 2배나 드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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