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컨소시엄 두 곳, ESA와 타당도 조사 계약…상용 서비스 추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앞으로 봇물 터지듯 이뤄질 미래의 지속적인 달 탐사에 대비해 달에 지구처럼 위성 항법 및 통신망을 구축하는 방안이 구체화하고 있다.
유럽우주국(ESA)이 '달빛(Moonlight) 구상'이라는 이름으로 추진 중인 이 방안에 대해 두 개의 민간 컨소시엄이 구성돼 ESA와 계약을 맺고 초기 타당도 조사에 들어갔다.
ESA와 BBC뉴스 등에 따르면 두 컨소시엄이 항법 및 통신 위성망 구축 계획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면, ESA는 이를 구체화하고 비용까지 산출한 안을 마련해 내년에 개최되는 유럽연합(EU) 연구 담당 각료회의에 제출하게 된다.
두 컨소시엄은 영국의 소형 위성 제조업체 '서리 위성기술'(SSTL)과 이탈리아 우주시스템 업체 '텔레스파지오'가 각각 이끌고 있다.
SSTL은 EU의 갈릴레오 위성항법 시스템에 항법 장치를 제공했으며, 텔레스파지오가 이끄는 컨소시엄에는 영국 위성통신 업체 '인마샛'(Inmarsat)이 참여하고 있다.
달빛 구상에 투입될 위성은 ESA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제공키로 한 달궤도 우주정거장 '게이트웨이'(Gateway)의 통신 모듈 'ESPRIT'와 SSTL이 개발 중인 '달 패스파인더'(Lunar Pathfinder)를 토대로 구축된다.
달빛 구상의 항법 위성망은 적어도 3대 이상의 위치 확인 및 중계 위성과 지상 무선송신소로 구성될 예정이다. 현재 목표는 100m 이내로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나 처음부터 이를 뛰어넘어 30m 이내로 좁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달빛 구상이 실현돼 위성 항법 및 통신망이 구축되면 달 탐사 과정에서 정확한 곳에 착륙하고 달의 뒷면에 전파 천문대를 구축해 운용할 수 있고, 달 표면의 탐사 로버는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지구에서 원격 조정으로 탐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고 ESA는 밝혔다.
또 이미 구축된 위성 항법 및 통신망을 활용함으로써 과학 장비나 다른 화물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을 더 확보해 비용 효율을 기할 수 있고, 작은 나라나 민간 기업도 달 탐사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줄 것이라고 했다.
달 탐사는 NASA의 달 복귀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그램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여러 나라의 우주기관이 경쟁적으로 나설 예정이고, 민간 우주기업도 채비를 갖추고 있어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달 상주 체제로 이어질 전망이다.
ESA는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위성 항법 및 통신망 구축을 지원하되, 개발과 운용을 민간 업체에 맡기고 서비스를 받는 형태로 추진 중이다. NASA가 스페이스X 등 민간기업으로부터 국제우주정거장(ISS) 운송 서비스를 받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ESA 유인·로봇탐사 책임자인 데이비드 파커는 BBC뉴스와의 회견에서 "지구의 '8번째 대륙'에 대한 체계적 탐사라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면서 "달은 태양계 45억년 역사가 담겨있지만 비밀 풀기를 거의 시작도 못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달빛 구상을 지속적 탐사를 지탱하는데 필요한 인프라로 보고 있다"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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