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최대 830㎞ 9일간 비행…뒤바람 등 효율적 비행 전략 구사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칼새(swift)는 몸집이 작은 철새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이주하는 새로 꼽힌다. 새끼를 기르지 않을 때는 하루의 80% 이상을 하늘을 날아다니는 이 새는 하루 평균 약 500㎞를 이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웨덴 룬드대학 동물학 교수 수전 오케슨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소형 위치추적기로 칼새의 이주를 추적한 끝에 이보다 훨씬 더 긴 하루 최대 830㎞ 이상 비행하는 것을 확인해 과학 저널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발표했다.
몸길이가 20㎝, 날개폭이 17~18㎝ 불과하지만, 서울~부산 왕복 거리를 하루 만에 비행한다는 것이다.
아이사이언스 발행사 '셀 프레스'(Cell Press)와 외신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칼새(Apus apus종)가 특정 번식지를 고수하는 점을 이용해 지난 2010년과 2012~2013년 이주기 때 유럽 북단의 칼새 성체 45마리를 붙잡아 소형 위치추적기를 달았다. 위치추적기는 칼새 몸무게의 3% 미만으로 비행 속도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연구팀은 위치추적기를 단 칼새 중 모두 24마리를 다시 붙잡아 이동 경로와 속도 등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중 20마리는 봄과 가을 이주 기록을 모두 갖고 있었다.
그 결과, 칼새는 가을에 20일간 22곳을 거치며 약 9천900㎞를 날아 사하라 사막 남부로 이주하고, 봄에는 15일에 걸쳐 5곳에 들르며 직선거리로 약 7천900㎞ 날아 유럽 북부로 돌아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이동 거리는 약 570㎞로 이전에 알려졌던 것보다 70㎞가량 길었다. 특히 비행 조건이 맞을 때는 9일에 걸쳐 하루 최대 832㎞를 이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칼새가 이동 경로 상에서 날아다니는 곤충을 잡아먹고 뒤바람을 타고 비행하는 등의 효율적인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칼새가 어떻게 최적의 바람 조건을 예견하고 이에 맞춰 비행하는지는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주변의 기상에 따른 기압 변화를 이용해 바람 조건을 미리 확인하는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연구팀은 칼새가 가을철보다는 봄철 이주 때 뒤바람의 도움을 20%가량 더 받는 것으로 분석하면서 사하라 사막과 지중해를 건널 때 더 가속이 붙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칼새가 가장 빨리 비행하는 철새로 꼽히지만, 장거리 비행에서만큼은 '큰뒷부리도요'(Limosa lapponica)에는 미치지 못한다. 큰뒷부리도요는 지난해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까지 1만2천854㎞를 11일간 한 번도 쉬지 않고 날아간 것으로 학계에 보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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